문화 감상/음악 감상

데이비드 린치와 리키 리(Lykke Li)의 I'm waiting here

셀디 2016. 7. 12. 13:18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가 작품 활동을 안 한지 꽤 시간이 흘렀다.

그가 찍은 마지막 장편 극영화가 2006년에 나온 <인랜드 엠파이어>이니 영화감독으로서 은퇴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백은 너무 길었다.

미드 <트윈픽스> 새 시리즈에서도 하차한다는 소식을 접한 이후 어떻게 되는지 소식을 접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그가 마냥 쉬고만 있지는 않았다.

영화감독 활동을 하지 않는 동안 그는 미술가로서 사진가로서 그리고 최근엔 음악가로서 그의 예술적 재능을 표출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 팬으로서 그가 영화감독 활동을 이어가지 않는 데에는 아쉬움이 크지만 그의 다른 분야 예술 작품으로도 그가 만들어놓은 세계에 빠져들 수 있어 그 갈증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2013년에 발매된 그의 두번째 앨범인 'The Big Dream'에 수록된 I'm waiting here은 그의 작품에 대한 갈증을 꽤 해소해주었다.

이 음악과 뮤직비디오는 그가 제작한 <트윈픽스>나 <블루벨벳>,<로스트 하이웨이> 등의 정서가 깊숙한 곳에 뿌리내려 있음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단순히 정서만으로 자신의 색을 뚜렷하게 각인시키는 영화감독이라니.

그래서 그의 영화가 아님에도 이 음악 하나만으로도 잠시 그의 영화 작품에 들어갔다 나온 기분이 들었다.

그를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곡은 바로 밑에 포스팅한 스웨덴의 싱어송라이터 리키 리가 보컬을 담당했다. 데이비드 린치는 상당히 몽환적인 음색의 여성 보컬을 선호했는데 리키 리도 거기에 딱 부합하는 가수라 생각되었다. 그녀와 콜라보가 성공적이었음은 이 곡을 들어보면 의심할 여지가 없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자동차의 시점쇼트로 담은 이 뮤직비디오는 비록 그가 직접 연출하진 않았지만 <로스트 하이웨이>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한편으론 사랑의 도피를 하는 <광란의 사랑>도 카우보이를 만나러 떠나는 <멀홀랜드 드라이브>의 영화감독의 이미지도 자연스레 스쳐간다. 노래의 감성은 <트윈픽스>를 연상케 하였고 인트로와 아웃트로를 불쾌한 노이즈로 장식한 것 또한 항상 평화로움 속에 도사리고 있는 공포와 불편함을 표현하는 데이비드 린치의 전매 특허라 할 수 있겠다.

 

부디 그가 미드 <트윈픽스>로 다시 돌아와주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