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감상/도서 감상

<미움받을 용기> 프로이트를 부정하다

셀디 2016. 4. 15. 13:46

지난해 말 서점을 들렀다가 한 신간 코너에서 유독 제목으로 눈길을 끄는 책이 있었다.

바로 <미움받을 용기>였다.

어떤 책인가 잠깐 펼쳤는데 그 자리에서 몇페이지를 술술 읽어내려갔다.

굉장히 흥미로운데?

 

 

 

 

이 책은 아들러의 심리학을 한 철학자와 청년 사이의 대담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그리하여 심리학 이론서처럼 어렵지 않게 소설 읽듯이 읽으면서도 아들러가 설파한 심리학의 핵심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것 같다.

아들러는 트라우마니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니 하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전면으로 부정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철학에 다가설 수록 그의 이론도 신빙성이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그런 대척점에 있던 학자들이어서인지 실제 둘 사이의 관계는 나중에 좋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요즘 헬조선이라 불리는 한국의 현대 사회에 생각의 전환만으로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란 나름의 탈출구를 제시하고 있어서인지 아들러가 꽤 인기있는 학자가 되었다. 그래서 그에 관련된 책을 서점 곳곳에서 찾아보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다. 그럼 아들러가 추구한 심리학은 어떤 내용이었을까?

 

이 책에서 아들러의 심리학을 대변해주고 있는 철학자는 당장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고 설파한다. 그런 말도 안되는 주장에 의문을 품은 청년은 그런 철학자의 주장을 전복시키려는 의도로 찾아갔으나, 되려 철학자에게 가르침을 받고 하나둘 이해를 하는 단계까지 이르게 된다. 여기서 청년은 바로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를 대변하고 있다. 철학자가 하는 이야기에 독자가 의문을 품을 시점에 청년이 딱 그 의문에 정곡을 찌르는 식으로 전개가 되는 것이다. 그럼 또 독자들은 과연 철학자가 어떤 논리로 응수를 하며 우리(청년과 독자)를 설득시킬까 하는 호기심을 갖게 된다. 이런 전개로 인해 책은 점점 흥미진진해지고 독자들은 쉽게 책을 놓을 수 없게 된다. 어쩌면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청년은 처음부터 철학자의 주장을 무너뜨리기 위해 간 것이 아니라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자신 또한 행복해지고 싶어서 간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선택한 나와 같은 독자들처럼 말이다. 물론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가까워진 아들러의 심리학을 아직 백프로 수용하긴 힘들다. 그의 지론을 머리로 이해할 수는 있지만 체화하고 받아들이기 까지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듯하다. 철학자의 말처럼 당장 행복해지긴 힘든 것이다. 여기서 철학자는 청년의 신경질적인 도발이나 짜증에도 조금도 흐트러짐 없이 너무 평온하고 너그러운 마음 상태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래서 난 아들러의 심리학을 우스개 소리로 득도의 심리학이라 정의하기도 한다. 책에서도 잠시 나오지만 이 철학자란 사람도 과거에는 청년같은 사람이었을 것이다.

 

요즘같은 행복에 대한 가치관이 물질만능에 주변인들의 시선에 기댄 성공에 치우쳐져 있는 시기에 한번쯤 읽고 생각해봐야 할 책이라 생각한다. 행복한 삶이라는 것을 꼭 그런 것에서만 찾으려 하는 것이 우리의 삶을 더 피폐하고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늘에서야 알았는데 이 책의 두번째 편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마지막까지 청년은 모든 의문을 해결하지 못하였고, 그건 나와 다른 독자들 또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 의문에 대한 갈증을 두번째 책에서 풀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