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감상/영화 감상

<이태원 살인사건> 사건의 재구성

셀디 2016. 4. 20. 12:12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실제 사건과 거의 비슷하니 사건 내막을 알고 계신 분들은 상관 없습니다)

 

얼마전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인 존 패터슨이 20년형을 선고받았다고 한다. (현재 항소 중)

무려 15년을 넘게 미국에 피해있다가 검찰에 송치되어 다시 재판을 받았다.

2009년에 이 사건과 관련한 영화가 개봉했는데, 사건 후 두 용의자가 모두 풀려나기까지의 과정을 디테일하게 다룬 작품이다.

 

※이태원 살인사건이란? : 1997년 4월 이태원에 있는 어느 패스트푸드 점 화장실에서 한 대학생이 무참히 살해당한다. 무려 9곳을 칼로 찔린 흔적이 있었는데 당시 사건 현장에 있었던 2명의 미국인이 살인 용의자와 목격자로 지목이 된다. 그런데 수사 과정에서 용의자와 목격자의 진술이 엇갈리고 거짓말 탐지기 조사 등을 통해 그 둘의 입장이 바뀌고 만다. 후에 둘 모두 풀려나면서 진범 없는 사건이 되고 만다.

 

이 영화에서 피해자인 故조중필씨는 실명으로 등장한 반면 용의자인 존 패터슨과 에드워드 리는 가명으로 등장하게 된다. 특별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금 영화를 보시는 분들은 착오가 없길 바란다.

 

 

포스터나 카피는 전형적인 스릴러물이다.

우리가 이 사건이 실화임을 모르고 본다면 일반적인 스릴러로 받아들일지도 모르겠다.

  

 

담당 검사로 나왔던 정진영이다.

대부분 맡은 역에서 보여줬 듯이 진지하고 엄숙한 캐릭터이다.

사건에 대한 깊은 고뇌에 찬 연기를 훌륭히 소화해냈다.

덕분에 이 작품에서의 검사는 본연의 의무에 충실했던 검사로 그려지고 있다.

 

 

장근석이 현재 진범으로 밝혀진 존 패터슨(극 중 피어슨)의 역을 맡았다.

영어 연기가 조금 아쉬웠지만 반항아적이고 그 속내를 알 수 없는 이미지에 잘 어울린 점은 좋았다.

 

 

처음 용의자로 잡히고 나서 범행 현장을 재현하는 장면이다.

이 재현 장면은 실제 사건 기록을 바탕으로 꽤 충실히 그려졌다고 한다.

 

 

나중에 용의자가 번복이 되어 잡히게 된 에드워드 리(극 중 알렉스)의 신승환과 그의 아버지를 연기한 고창석

알렉스는 피어슨과 정반대의 성격으로 덤벙대고 속내를 감출 줄 모르는 인물로 그려진다.

상반되는 두 인물의 진실 공방으로 극적 긴장감이 유지가 된다.

 

현재 당시 담당 검사가 단순히 거짓말 탐지기 정보에 따라 용의자를 바꿔 진범을 놓쳐버렸다며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이 영화에서는 그 과정이 나름 설득력이 있게 그려지고 있으며 영화의 주인공인 검사(정진영)가 진정성 있고 고뇌에 찬 캐릭터로 나오는지라 적어도 영화 대로라면 욕을 먹을 상황은 아님은 알 수 있다. 오히려 욕 먹을 상대로 에드워드 리를 변호했던 변호사에게 이 영화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무래도 영화가 담당 검사의 시점에서 진행되다 보니 그 부분을 좀 미화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쨌든 그 부분에 관한 정확한 사실은 해당 사건에 밀접한 관계자들만 알지 않을까 싶다.

 

그걸 제외하고는 모두 실제 사건과 수사 과정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여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심지어 결말에서도 이 영화는 어느 한쪽을 진범으로 확정하지 않고 둘 모두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채 끝을 맺는다.

이 부분은 이 영화를 오락적 관점에서 봤을 때 스릴러적 장치로서 나쁘지 않게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와 더불어 사법부의 무능함과 법 체계에 허점에 대해 사건 당시 상황을 토대로 고발하고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보통 이런 사회 고발 영화가 그러하듯이 관객들의 '피꺼솟'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보기 전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이런 영화가 어떤 대안을 제시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보면서 각성의 필요성을 느낄 수도 있고 쉽게 놓쳐서는 안될 부분을 직시하게 해준다는 측면에서 의미있는 장르임에는 틀림이 없다.

 

 

★사담으로 이 작품에서 故조중필씨를 연기한 사람이 지금 <태양의 후예>로 최고의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는 송중기이다. 이때는 정말 평범한 이미지의 대학생 역할이 잘 어울렸는데 요즘엔 대표적인 꽃미남 배우로 자리매김을 한 것이 새삼 놀랍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