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감상/영화 감상

철없는 우정의 순수함 <위대한 소원>

셀디 2016. 4. 21. 00:26

※스포일러가 없습니다.

 

남자 셋이 모이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남자 셋의 우정을 코믹하게 그린 청춘물 하면 대표적으로 인도의 <세 얼간이>가 가장 먼저 떠오르고 최근 한국 영화로 <스물>도 떠오른다. 여기에 더해서 평은 좋지 않았지만 연령대가 조금 더 높아진 <쓰리 썸머 나잇>이란 영화도 있다.

이 모든 영화에는 남자 세명이 등장하며 다들 시궁창 같은 현실 속에서 무언가 갈망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영화는 그들 나름의 성장기이자 좌충우돌 모험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영화가 오늘 또 한 편 나왔다. 이번엔 조금 더 연령대가 낮은 청소년들이 주인공이다.

주인공 고환(류덕환)은 루게릭 병으로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며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그 옆에는 남준(김동영)과 갑덕(안재홍)이라는 불알친구가 둘 있다.

이 셋은 1분 일초가 멀다 하고 서로 욕을 하고 치고받으면서도 사이가 좋은 막역한 친구 사이이다.

몸이 아픈 고환은 그나마 얌전한 성격의 소유자지만 남준과 갑덕은 사회적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잉여스러운 인물들로 그려지고 있다.

그들에겐 꿈도 희망도 없어 보이며 하는 행동 하나 하나에 고뇌와 갈등이 있을 리도 없다. 그냥 느끼는 대로 지르고 던지고 하는 스타일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사회적 약자를 괴롭히는 양아치거나 나쁜 존재로 그려지진 않는다.

조금 불량해 보일 수는 있어도 친구를 대하는 말이나 행동을 보면 순수한 면이 있으며, 조금 덜 바보처럼 보이는 '덤앤덤머' 같다는 인상이다.

이 영화는 그런 둘이 고환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 소원은? 바로 고환의 총각 딱지를 떼어주는 것이다.

 

 

그 녀석의 인생 마지막 위대한 소원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가끔은 시한부 인생인 고환 보다 이 두 친구가 더 안쓰럽게 보일 때도 있다.

잉여 라이프인 것도 서러운데 온갖 수모는 다 겪는다.

물론 모두 이들이 자처해서지만...

 

 

이 영화에서 코믹을 담당하는 캐릭터가 두 친구만 있는 건 아니다.

고환의 아버지(전노민) 또한 코믹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고환의 엄마(전미선)는 어쩌면 이 영화에서 가장 외로운 캐릭터일 수도 있다.

 

 

모든 걸 해탈한 듯한 갑덕의 캐릭터를 안재홍이 너무 잘 해냈다.

측은한 마음이 들면서도 보면서 피식 나오는 웃음을 참기가 힘들다.

  

<위대한 소원>은 남자들의 끈끈한 우정을 다루면서도 코미디 본연의 모습에 충실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런 영화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이 후반부 갑자기 억지 신파로 몰고 가는 것인데(한국 영화의 고질병), 이 영화는 다행스럽게도 그 부분에서 가까스로 경계를 넘지 않은 점도 만족스러웠다.

분명 슬픈 장면이 있지만 억지로 그런 슬픔을 자아내려 애쓰지 않고 있으며 한 편으론 금방 또 키득거릴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가끔은 도를 넘은 것 아니냐 싶을 정도로 병맛의 향연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오히려 이런 부분에선 과감성에 박수를 치고 싶었다. 이런 걸 바로 취향저격이라고나 할까? 

다만 아무래도 남자들의 우정에 기인한 영화라 여성 보다는 남성들의 공감대가 많이 형성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따지고 들어가면 약간 민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존재하기에 분명 그러한 것을 남자들의 우정과 시한부 삶이라는 명목으로 무마하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비난 또한 받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앞서 나온 비슷한 스타일의 영화들에 비해 보다 순수한 면을 가지고 있어서 좋았다. <세 얼간이>나 <스물>을 보면 각각의 인물들이 갖고 있는 갈등 요소를 사회 속 개인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다면, 이 영화는 진짜 순수하게 친구들 사이의 우정에 기인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보일지는 모르나 한없이 낭만적으로 보이는 그들의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영화속 남준과 갑덕은 아직 철들지 않았지만 그들이 간직한 그런 우정을 통해 분명 값진 것을 얻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데이트용 영화로 적합한가 물어본다면 반반이라 생각한다. 남자들의 우정과 공감대를 그 자체로 이해해주고 웃어줄 수 있는 여성분과 함께라면 추천한다. 다만 썸 중인 사이라면 상대방에 대한 보다 큰 이해 없이 보는 건 무리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다소 오버스러운 병맛 코드도 맞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