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감상/영화 감상

이정현을 다시 본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셀디 2016. 6. 26. 23:03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없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관련된 거라면 뭐든 다 찾아보는 셀디가 이 영화를 놓칠리가 없었다.

물론 보는 데까지 너무 긴 시간이 흘렀지만 말이다.

이 영화는 감독의 화법, 하고자 하는 이야기, 배우의 연기, 러닝타임 등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웠다.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들어하는 포스터이다.

많은 걸 함축적으로 얘기해주는 포스터.

열심히 산다고 동등하게 행복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사회 시스템에 있을 수도 있는 것이고, 개개인의 욕망 때문일 수도 있는 것이고, 순전히 운일 수도 있다.

그 모든 걸 영화에선 다 보여주는 듯했다.

 

 

이정현의 고등학생 때 장면

지금까지 이정현을 본 영화 중에 가장 예쁘게 나오는 영화같다.

억지로 그녀를 예쁘게 그려내려 하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그건 그녀가 보여주는 연기의 힘에서 더욱 강하게 발현되는 것 같다.

 

 

진짜 과로사 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로 뼈빠지게 일하는 인물로 나오는 이정현

반반한 외모를 이용해 안좋은 길로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보는 와중에 하게 되는데

영화속 그녀는 더 힘들지라도 정도를 따른다.

 

 

영화속 악의 축으로 그려지는 인물들

사실 악으로 나오는 사람도 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들의 사연은 철저히 배제되어 나쁜 면만 더욱 부각이 되곤 한다.

 

 

우리가 흔히 살면서 직접 혹은 언론을 통해 접하게 되는 집단 이기주의는 이 영화의 중심축으로 나온다.

그런데 보면서 느낀 건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그 누구든 처한 상황에 따라 어느편에도 설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인데 좁디좁은 고시방에 형사 2명과 이정현이 있는 장면이다.

이 영화의 스타일 그리고 이정현의 심리, 주제를 잘 함축하고 있는 코믹한 장면이다.

 

영화는 안타까운 한 인물을 조명하며 관객들에게 측은지심을 유도하면서도 너무 감정적으로 빠져들지 않게 코믹하면서도 황당한 장면들을 장치해두었다. 우리나라의 상황과 너무 잘 어울려 있는 한국형 블랙코미디 영화라 보면 되겠다. 간혹 잔인한 장면도 나오고, 마음 한 부분을 불편하게 할 영화임에는 분명하나 그냥 모른척 지나치기엔 오락성도 개성도 확실한 영화라 생각된다. 그리고 이 영화속 이정현의 연기는 그녀 연기 인생 최고라 불러도 될 정도로 영화를 이끄는 힘이 있었다. 연기 잘하는 젊은 주연급 여배우가 많지 않은 현 한국 영화계 상황속에서 그녀가 영화계 중심에서 활약해줬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갖게끔 했다.

 

추가로 글 서두에 러닝타임에도 만족한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왜인고 하니, 이 영화는 크레딧 포함 채 90분이 되지 않는 비교적 짧은 장편영화이다. 장편영화를 볼 때 너무 길 땐 영화 보기에 앞서 부담감이 먼저 작용하고(지루해지진 않을까, 몸이 불편해지지 않을까 등) 반대로 너무 짧으면 이야기가 약하진 않을까 내지는 극장에서 볼 땐 왠지 손해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신기하게 89분의 러닝타임이 절대 짧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게 지루해서일까? 위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지루함과 거리가 멀었고, 굉장히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약 2시간의 영화를 본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건 안국진 감독이 그 90분 안에 필요한 이야기를 농밀하게 엮어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 외에는 할 수가 없었다. 그런 면에서 만족스러운 러닝타임이었다. 난 시간을 많이 소비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실제 시간은 얼마 가지 않았다니! 시간을 버는 영화인 것이다. 적어도 성실히 영화를 감상한 내겐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