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감상/영화 감상

<비밀은 없다> 이런 짬뽕같은 영화!

셀디 2016. 7. 1. 18:54

※ 경미한 스포일러가 있으니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주의하세요.

 

관객들의 혹평을 견뎌내지 못하고 이제 슬슬 박스오피스 하위권으로 가라앉는 영화 <비밀은 없다>를 더 늦기 전에 감상했다.

여러가지 리뷰를 접하다 보니 도저히 보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영화가 된 것이다.

보고 나서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지금의 반응이 꽤 이해가 되는 영화였다.

고로 그 어느 누구에게도 선뜻 추천할 수가 없다.

사실 이경미 감독의 전작 <미쓰 홍당무>를 재밌게 봤던 사람에게도 추천할 수가 없다.

그건 왜일까...

이 영화는 닮아있는 영화가 정말 많다.

 

 

포스터속 손예진의 표정이 정말 마음에 든다.

영화의 많은 내용을 내포한 포스터라는 점에서도 마음에 들고.

 

자 그럼 이 영화를 보면서 떠올린 영화들을 한번 살펴보겠다.

 

 

바로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중 첫번째 작품, <복수는 나의 것>이다.

 

 

두번째 역시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중 마지막 작품, <친절한 금자씨>이다.

이경미 감독이 아마 이때 박찬욱 감독과 연을 맺었던 것 같다.

공식 스텝롤에는 스크립터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현장에서 감독과 붙어있는 시간이 가장 많은 보직인만큼 그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사실 색이 뚜렷한 유명 감독 조연출 출신 감독들은 감독으로 모시던 분들의 작품에 영향을 많이 받는 일이 줄곧 있었다.

 

 

그리고 가장 많이 떠오른 작품이기도 한,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갈증>이다.

 

이런 작품들이 <비밀은 없다>를 보는 와중에 계속 떠올랐다. 감독도 분명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뭐 박찬욱 감독의 영향을 받은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 것 같다. 실제 시나리오 작업에 박찬욱이 도움을 주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딸의 과거 장면은 <갈증>뿐만 아니라 여타 일본 영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하다. 왜인지 음악과 더불어 그쪽 감성이 많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위 작품들의 공통점은 색이 확실하지만 대중성과는 거리가 모두 아주 멀고 먼 작품이라는 것이다. 실제 네티즌들의 평가도 썩 좋지는 않다. 그럼에도 박찬욱 감독의 작품들은 작품성 면에서 좋은 평을 받았던 것에 비해 <비밀은 없다>는 이 작품들의 그림자같은 느낌이 들뿐, 그 어떤 작품 보다 나아가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많은 관객들은 정치 스릴러를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실제 그런 흐름을 어느정도 보여주기도 한다.

 

 

거기에 손예진을 전라도 출신으로 그려 지역감정을 밀도있게 그리나 싶더만...

 

 

손예진의 연기는 듣던대로 빛난다.

 

 

내가 본 김주혁 중 가장 차가운 심장을 가진 김주혁의 연기도 좋았다.

 

 

과연 딸은 정치적 음모에 의해 당한 희생자인 것일까?

 

사실 스릴러적인 느낌 보다는 손예진과 그의 딸의 감정선에 몸을 맡기고 음악의 리듬에 맞추며 춤추듯 편집한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나름 괜찮은 영화란 생각도 든다. 난 <갈증> 또한 좋아했고, 위 박찬욱 영화들도 좋아해서 그에 못미치지만 이런 영화를 마주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반갑고 기분이 좋았다. <미쓰 홍당무>와는 다른 색이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길을 선택하고 걸어가는 이경미 감독의 다음 작품 또한 기대가 되는 바이다. 흥행에 성공은 단 한번도 못했지만 자신만의 색이 있어서 어떻게든 감독으로 활약을 이어나갈 것 같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