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감상/애니 감상

암살 속 피어나는 참교육의 정의 <암살교실> 1기 정주행 완료

셀디 2016. 7. 3. 19:03

최근 영화로도 개봉한 <암살교실>의 TV 애니메이션 1기를 정주행 했다.

간단한 설정만 접하고 감상한 나로서는 의외의 반전 매력에 빠진 작품이었다.

스마일 페이스 문어같이 생긴 변태 괴물 선생님을 암살해야 하는 교실인데 사실상 이 영화는 교육의 참 의미가 뭔지 설파하는 작품이다.

취향에 잘 맞아 22개의 에피소드를 순식간에 완주했다.

 

 

실제 이름은 없어서 살생님이라 불리는 암살 대상자

 

암살 대상자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전심을 다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요즘 보기 드문 진정한 선생님의 모습을 하고 있다. <투 써 위드 러브>나 <죽은 시인의 사회>의 선생님들처럼 학생들을 끔찍히 여기면서도 진정한 교육의 가치가 무엇인지 은연 중 설파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겠다. 이는 우리나라 못지 않게(혹은 그 이상으로) 경쟁중심의 교육환경에 둘러싸여 있는 일본 교육의 문제점을 꼬집기 위한 작가의 명백한 의도이다.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은 생각보다 무겁지 않고 심각하지도 않다. 장르를 따지자면 코믹 학원물이라 볼 수 있다. 살생님은 성별이 남자로 나오는데 큰 가슴을 가진 여자에 약하며, 단 음식을 좋아하고, 평상시엔 너무 인간적인 수준의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그렇지만 빈틈은 없다) 그래서 살생님은 대놓고 코믹을 담당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선생님 영화 속 선생님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 볼 수 있겠다.

 

 

주인공 나기사

사실 처음 몇회 동안 여자인 줄 알았는데, 남자다.

그리고 재밌는 건 그 부분을 극 안에서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셀프디스도 서슴치 않는다.

 

End의 'E'를 뜻하는 3학년 E반의 학생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사실상 이 애니메이션은 특정 주인공에 몰빵하지 않고, 각각의 캐릭터 모두에게 개성을 부여하고 단역급 캐릭터에게 조차 그런 대우를 해주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중심축이 되는 인물들은 한정되지만 그래도 학급원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보기 드문 학원물이라 할 수 있겠다. 그건 어쩌면 이 애니메이션의 주제와 맞다아 생각할 수도 있는 부분인 것 같다. 잘난 몇 인물에게만 스포트라이트를 주는 건 이 작품의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화도 정말 마음에 드는 게 인물들의 특징을 잘 부각시켜서 단순 머리색과 모양만 바꾸면 다 비슷해지는 그런 한계를 벗어났다. 인물 하나하나에 더 몰입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E반의 또다른 선생님으로 암살자 출신 비치 선생

영화판에선 카라의 강지영이 맡았다고 하는데 설정상 금발의 백인인데 영화에선 금발의 동양인...

 

사실 2기가 있는 줄도 모르고, 1기에서 모든 이야기가 끝날 것으로 생각하고 시작한 애니메이션이었다. 보통 마무리가 지어지지 않는 작품은 시작도 하지 않는 편인 나이기에... 그럼에도 최근 봤던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 가장 많은 부분에서 마음에 들었던 수작이라 평가할 수 있었다. 허를 찌르는 이야기 전개, 순간 순간 키득거릴 수 있게 만든 병맛스러운 코미디, 거기에 감동 요소까지. 현재 일본에선 2기까지 방영이 종료되었다. 내가 본 유플릭스에 2기가 언제 서비스될지 모르겠지만 그 시간이 참 길게 느껴질 듯하다. 참고로 영화도 현재 졸업편까지 나왔는데 이달 있을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선을 보인다고 한다. 그런데 애니를 먼저 보고 싶어 영화는 보지 않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