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감상/애니 감상

중이병에 걸린 타임리프물 <슈타인즈 게이트> 완주

셀디 2016. 10. 13. 13:25

얼마전 스팀에 <슈타인즈 게이트>란 게임이 나왔고, 평이 아주 좋길래 검색을 해봤더니 애니메이션이 나와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반응을 대충 보니 몇몇 팬들은 인생작으로 꼽을 정도로 평이 좋았다.

 

바로 유플릭스에 있는지 검색~ 다행히도 슈타인즈 게이트 TV 시리즈물 전편과 극장판이 모두 있었다. (만세!)

그리고 몰아서 TV판을 모두 감상했다.

 

 

이 애니의 주인공인 자칭 미친 과학자 호오인 쿄마

본명은 오카베 린타로이나 호오인 쿄마로 불리는 걸 좋아한다. (아무도 그렇게 안 불러줘서 그렇지)

제대로 중2병에 걸린 캐릭터이다.

이 캐릭터를 중심으로 타임머신 개발에 열을 올리면서 벌어지는 사건이 이 애니의 주요내용이다.

 

 

오카베의 오랜 소울메이트(?) 정도 되려나.

스스로를 인질이라 생각하는 마유리.

다 큰 처녀지만 마음씨는 때가 안 타고 착한 6살 짜리 꼬마 여자애를 보는 것 같다.

 

 

딱 봐도 공돌이 느낌이 절로 나는 오카베의 친구 하시다 이타루

덕질에 열심인 친구다.

이 애니에서 그래도 그나마 가장 전문가 같은 느낌이랄까?

 

 

히로인 중 하나인 마키세 크리스

천재 과학자란 설정인데 극중에 특별히 드러나진 않는다.

오카베가 항상 크리스티나라고 부르는데 난 이 부분이 가장 재밌었다.

이 외에도 많은 주요인물이 있지만 인물 설명 하려고 쓰는 포스트가 아닌 관계로 여기까지...

 

이 작품의 첫 화를 보면 그냥 중이병에 걸린 인물들의 알 수 없는 대화와 행동 때문에 도무지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냥 내러티브 없이 이것저것 짜집기 편집을 해놓은 듯한 영상물 같은 느낌이었다. 인물들간의 소통도 전혀 공감되지 않고, 마치 그들만의 대화를 하는 것 같아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그냥 중2병에 걸려있는 인물들이구나란 느낌만 올 뿐이었다. 검색을 해보니 보통 초반에 이런 분위기 때문에 중도 포기를 하거나 지루해하기 쉽다는 글이 많았다. 꽤 맞는 말이란 생각이 들었고, 그래도 중반 이후부터 사건이 급속도로 전개되면서 빠져들게 될테니 참고 보라는 말을 믿으며 끝까지 완주했다. 확실히 후반으로 갈수록 몰아보는 속도도 늘 만큼 재미에 가속도가 붙었던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너무 기대를 했던 것인지 이제 너무 비슷한 타임리프물을 많이 봐서인지 그닥 인상적으로 남는 작품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나온 수많은 시간이동 소재의 작품들의 틀에서 특별히 더 나아가진 않는다. 물론 이 작품만의 독창성이 있는 부분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그것도 그리 새롭거나 신선하단 느낌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 작품이 타임리프물 외적으로 기억에 남는 건 이 중2병에 걸린 인물들 때문일 것이다. 처음엔 진짜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반복해서 그들의 대화와 행동을 보면서 조금씩 그 캐릭터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행동들에 공감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익숙해지는 데에는 대략 초반 6회 이상의 감상이 필요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역시 느꼈는데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남자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중2병이 어느정도씩 있었고 자아정체성의 확립이 필요한 인물들이었다. 그리고 어딘가 내적 결함이 있는 인물이고 그 내적 결함을 중2병이라는 걸 통해서 해소 혹은 외면하는 인물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볼 때는 타임리프가 흥미를 끄는 요소였다면 다 보고 난 후에는 인물만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강추하고싶진 않다.

 

참고로 <슈타인즈 게이트>는 애니가 아니라 게임이 원작이라고 한다. (처음엔 반대로 알았다) 최근 출시된 스팀판에는 일본어 음성, 영어 자막이 된다고 한다. 아쉽게도 한국어 지원은 하지 않는다. 유저들이 만들지도 모르겠지만... 게임의 평이 상당히 좋은데 애니를 보지 않은 사람은 어쩌면 게임으로 하는 게 더 깊은 감명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차라리 게임을 할 걸 하는 생각이 들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