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감상/영화 감상

번역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나이스 가이즈>

셀디 2016. 7. 11. 14:02

가끔 영화는 봐야겠고, 딱히 끌리는 영화가 없을 땐 평점 댓글을 한번 쭉 읽어보는 편이다.

그러면 대략적으로 그 영화가 어떤 장점이 있고 단점이 있는지 쉽게 파악이 된다.

그런데 이 영화는 영화적인 단점 보다는 번역 문제로 말이 많은 상태이다.

 

영화 관련 유명 커뮤니티에서도 이 문제를 영화 외적으로 지적하는 사람이 많았다.

심지어 역대 번역 중 가장 질 떨어지는 퀄러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과연 번역이 어떻길래?

 

 

영화 시작과 동시에 오프닝 크레딧에 배우들 이름이 뜨지 않는가?

어랏? 그때부터 불길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실제 크레딧에는 있지도 않은 배우들의 수식어를 만들어낸 것이다.

마치 영화 홍보물 뒷면에 나와 있는 인물 설명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번역을 맡은 이진영 번역가는 나름 베테랑 번역가이다.

꽤 많은 작품이 그의 손을 거쳐갔다고 보면 될 것이다.

<버틀러 : 대통령의 집사>나 <룸>같은 작품도 그의 손길을 거쳤다.

그런데 왜? 왜 이 사단이 났을까?

 

 

왜 번역을 이 모양으로 해가지고... 내 잘못 아니라고....

 

그가 지금까지 번역을 맡은 작품들 중에 크게 문제가 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내가 아는 선에선)

물론 어떤 번역가든 번역의 호불호가 갈릴 수 있어 때론 영화를 본 팬들의 원성을 듣는 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특히 의역을 조심해야 하는데 이진영 번역가는 의역의 마술사라 불리우기도 한다고 한다.

 

 

맞다. 의역은 잘못하면 독이 될 수도 있다.

의역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질 수도 있고, 삽시간에 영화의 분위기를 바꿔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번 영화는 그의 의역이 너무 나간 것이 화를 불러온 것이라 생각된다.

흐름을 끊는 저질스러운 유머로 치장한 의역에 발음을 가지고 장난을 치듯한 고의적 맞춤법 틀림이 대표적이다.

개인적으로 이진영 번역가를 크게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어쩌면 이 영화의 컨셉에 맞게 그 또한 수입사와 협상하에 재밌는 번역을 해보고자 했던 것 같다.

올 초 개봉했던 병맛 영화 <데드풀>의 번역이 대히트를 치면서 자신감을 얻었던 것 같다.

이 영화도 나름의 병맛끼가 있고 B급스러운 감성이 있는 영화였으니 그런 시도로 박수를 받고싶었던 것이 분명하다.

오히려 지금 반응을 보면서 수입사나 번역가 본인이나 매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좋은 선례를 남겼던 <데드풀>과 그걸 따라가려던 <나이스 가이즈>의 번역... 비슷한 듯하면서도 결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갔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번역에 더 신중을 기해줬음 좋겠다.

한 편으론 이진영 번역가 뿐만 아니라 다른 번역가들도 이번 일로 고뇌가 더욱 깊어질 듯하다.

 

참고로 이 영화는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딱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기존 이미지와 정반대인 허당끼 있는 라이언 고슬링을 보고싶다면 추천한다.

그리고 극장판 영화보다는 드라마에 더 어울리는 컨셉으로 보였다.

적당히 병맛에 적당히 웃기고 적당히 선정적이고 적당한 액션이 있다.

무엇 하나 확실하게 다가온 게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한편 적당히 재밌게 관람은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