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감상/영화 감상

연상호 감독의 실사 데뷔작 <부산행>을 보고

셀디 2016. 8. 2. 14:20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없습니다.

 

연상호 감독은 영화 좀 본다고 하는 사람에겐 나름 각별한 존재이다. 그가 연출해 온 애니메이션 영화들 때문이다. 특히 장편으로 극장 개봉까지 한 <돼지의 왕>과 <사이비>를 본 사람들이라면 그의 강렬한 연출 솜씨에 빠지고 말았을 것이다. 애니메이션이라고는 하지만 아기자기하거나 예쁜 것과는 정 반대로 사실주의적이면서도 오히려 기분 나쁜 그림체로 시선을 끄는 특징이 있다. 거기에 더해 전문 성우를 기용하지 않고 일부러 목소리 좋은 배우들은 배제한 듯한 배우들의 목소리가 다소 가볍거나 매끄럽지 않게 들리기도 하지만, 작품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데에는 효과적이었다. 그런 그가 주로 다루는 분야는 사회 부조리와 그 부조리 안에 있는 나약한 인간 군상들을 그려내는 것이었다. 연상호 감독만의 뚜렷한 색채가 버무려져 한번 작품을 본 사람들은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호소력을 가진 작품들을 만들어왔던 감독이다. 그렇기에 그런 그가 실사 영화를 연출한다고 했을 때 그의 작품 세계를 잘 알던 사람들은 은근히 많은 기대를 했다. 그리고 현재 부산행이 개봉한 가운데 그 기대감이 무너진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부산행>은 칸영화제에 미드나잇스크리닝 부분에 초청되어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고 한다.

실제 장시간의 기립박수가 이어질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고 하는데 물론 기립박수는 영화제의 한 문화이기에 호들갑 떨것까지는 없으나 현장에 있었던 사람의 소식에 의하면 현장 분위기가 시종일관 좋았다고 한다.

 

 

공유는 펀드매니저로 나오는데 그는 극중 펀드매니저와 딸의 아버지 두 가지 면모 사이에 갈등을 하는 인물로 나온다.

어쩌면 다소 평면적일 수 있는 아이의 아빠를 펀드매니저라는 직업을 통해 입체감 있게 그리려 한 흔적이 보였다.

그리고 이 펀드매니저라는 직업이 어쩌면 이 극이 시사하는 바를 은유적으로 표출한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이 영화는 좀비 영화임과 동시에 전형적인 재난 영화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좀비 영화가 재난영화이기도 하다.)

 

 

요즘 마블리로 통하며 주가가 한없이 치솟는 배우 마동석은 이 작품에서도 미친 존재감을 보여준다.

그의 존재감은 칸영화제 때도 통하였다고 한다.

 

 

마블리의 아내역을 맡은 정유미.

참 연기 잘하고 이미지도 좋은 배우인데 이번에 그래도 대박친 영화를 만나게 되어 기쁘다.

다음엔 자신의 역량을 더 쏟을 수 있는 작품을 만났으면 좋겠다.

 

 

안소희...개봉 후 여전히 연기논란에 있는 배우이다.

사실 안소희가 맡은 역할이 아주 뛰어난 연기력을 필요로 하는 배역은 아니라 본다.

그렇기에 그의 연기도 그렇게 까일 정도로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뜨거운 것이 좋아>이후로도 한 치도 나아지지 않은 듯한 부분이 아쉬웠다.

전업 배우로 나선만큼 언젠가 연기에 눈을 뜰 날도 오지 않을까 싶다.

 

 

논란의 인물이자, 악의 축 김의성.

악역 전문 배우 수준이라 뭐 더 설명할 것도 없다.

그가 맡은 인물은 지배계층의 이기주의를 한 인물에 꽉꽉 농축시킨 인물이라 보면 되겠다.

한마디로 축약하자면 발암 캐릭터!

 

영화를 다 감상하고 연상호 작품이라는 것에 대한 소감을 이야기 해보자면 실망한 사람들에게 반은 동의하고 반은 그러하지 못했다. 적어도 그가 그리고 있는 인간에 대한 메시지는 이 작품에도 녹아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형적인 상업영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 때문에 실망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 생각했던 것만큼은 아니지만 한국영화의 공식인 신파를 끄집어냈다는 것과 다소 안일한 연출도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꽤 웰메이드한 좀비 재난 영화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향후 그의 연출작이 더욱 기대가 되는 바이다. 흥행에서 대성공을 터트렸기에 차기작 연출에도 큰 어려움이 따르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부산행>의 프리퀄도 곧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의 주요 영역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작품인데 실사 영화로 대박 터트리고 프리퀄로 개봉한 건 정말 좋은 전략이었다고 생각된다. 과연 본인의 주무대인 애니메이션에선 자신만의 장기가 더 표출이 될지 두고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