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감상/영화 감상

<밀정> 배우 위주의 감상기

셀디 2016. 9. 15. 04:58

현재 추석 극장가를 점령하고 있는 가장 뜨거운 영화는 <밀정>이다.

김지운 감독이 헐리우드로 날아가 <라스트 스탠드>를 찍고 돌아와 처음 연출한 영화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국내 감독 중 한 명으로 이번 작품 또한 기대가 아주 컸다.

솔직히 김지운의 색이 많이 드러나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전체적인 만듦새나 메시지 면에선 아주 흡족한 영화였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의열단을 소재로 한 스파이물이란 점에선 나름 의미가 더 있었던 작품이라 생각된다.

 

 

밀정에는 많은 스타 배우들 그리고 두각을 나타낸 신선한 얼굴들이 있는데 배우들이 이 작품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에 대해 글을 남겨보고 싶다.

 

 

두말하면 입이 아픈 충무로에서 가장 티켓 파워가 강한 남자 배우 중 한명이다. 그의 연기력 또한 두말하면 잔소리가 된다. 이번 작품 역시 그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송강호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작품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송강호의 연기가 한계가 있다라기 보단 김지운이 이정출의 심리 묘사에 더 큰 할애를 하지 못한 것에서 나오는 한계라 생각한다. 그러기엔 이 영화엔 등장인물이 매우 많고 사연 또한 너무 많다.

 

 

한지민... 이 영화의 홍일점이라 봐도 될 정도로 남자로 가득한 영화이다. 한지민 하면 개인적으로 요부로 나왔던 <조선명탐정>이나 유쾌 발랄한 인물로 나왔던 <플랜맨> 정도만 기억하는데 이 작품이 가장 무거운 역할이 아니었나 싶다. 초반 보단 중후반의 비중이 커지는데 극에 나름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생각한다. 그렇지만 역시 굉장히 제한적이며 기능적인 캐릭터라 그의 한계 또한 명확했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 공유. 그는 과연 20세기 초 사람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사기스러운 비율에 말끔한 슈트차림으로 등장하는데, 살짝 이질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갑자기 웬 모델이 등장하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의 연기 또한 가끔씩 붕 뜬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인물에 몰입하는데 충분한 연기력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그도 1000만 배우가 되어 송강호를 만났는데 다시 천만에 등극할 수 있을가?

 

 

특별출연 박희순. 얼마전 <올레>에서 고시생 신분으로 제주도에 놀러가더니 여기선 의열단 김장옥으로 출연한다.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스크린에서 사라지지만 영화속에서 그의 모습을 보는 건 반가운 일이다. 그의 연기에 관해선 딱히 언급할 것이 없다.

 

 

하시모토 역을 맡은 엄태구. 영화를 빠지지 않고 챙겨보는 사람들에겐 나름 익숙한 얼굴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신인급 연기자로 느껴질 것이다. 그런데 그의 필모를 보면 이미 30작이 넘는 작품에 출연했을 정도로 연기 경력이 좀 되는 배우이다. 최근에서야 슬금슬금 치고 올라와서 비중있는 역할들을 하나둘 꿰차고 있는 배우이다. 그의 가능성이 많이 보였던 작품은 역시 그가 주연을 맡은 <잉투기>였다. 여하튼 이번에는 아주 비열한 악당을 연기했는데, 그의 연기에 대한 호불호가 좀 있나보다. 첫째로 그의 대놓고 하는 악당스러운 연기 때문에 그를 높게 평가하기도 하고, 낮게 평가하기도 하는데 난 개인적으로 높게 평가하는 쪽이다. 이유인즉, 인물이 그렇게 설정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비열하고 어떻게든 자신의 공적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1차원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어떤 심리적 충돌이나 내적 갈등의 묘사보단 겉으로 모든 걸 드러내는 어떻게 보면 지극히 저급한 인물이 바로 하시모토이기 때문이다. 그런 인물에 딱 맞는 볼이 쏙 들어가 광대가 부각되고 일그러진 눈썹 등 그의 마스크와도 참 잘 어울리는 역이었다. 거기에 그만이 낼 수 있는 극도로 허스키한 목소리는 인물을 더욱 잘 살리는 데 힘을 실었다. 다만 그의 그런 목소리 때문에 발성에 불만을 나타내는 관객들도 많은 것 같다. 아쉬운 대목이다. 어쩌다 보니 엄태구에 대한 글이 가장 길어졌는데 아무래도 기대를 하는 배우이자 이제 막 알려지기 시작한 배우라 더 썰을 풀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신성록이다. 아무래도 뮤지컬 배우로서 입지가 더 넓으나 가끔 영화에도 출연을 한다. 이번에도 비중이 아주 크진 않은 조연으로 출연을 했다. 그렇지만 그 역시 공유처럼 길죽한 기럭지에 슈트가 잘 어울리는 의열단으로 모습을 비추면서 역시 공연으로 다져딘 발성으로 아주 멋진 목소리를 들려주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물론 이런 존재감이 다소 해가 되었던 부분도 영화를 본 사람들은 이해를 할지도 모르겠다.

 

아차!!!! 존재감 하니까 한 분을 빼먹은 게 생각난다.

 

 

주인공 중 한명으로 출연하는 <매그니피센트7> 사진으로 대체한다.

 

생각보다 많은 출연 분량에 좋았던 배우, 그 짧은 순간에도 몰입을 확 높여줬던 배우이다.

그의 목소리가 극장에 울려퍼지는 순간 관객들은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런 배우들의 연기대결을 보는 것만으로도 흐믓했던 영화이다. 송강호와 이병헌은 김지운 감독과 다작을 하는 배우로서 앞으로도 김지운 감독 작품에 다시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