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감상/영화 감상

지옥의 끝을 간다 하드보일드 느와르 <아수라> 시사회 후기

셀디 2016. 9. 24. 20:16

지난밤 <아수라> 시사회를 참석했다.

출연진만 봐도 기대감이 상승케 하는 영화이다.

예고편을 보면 이 영화가 얼마나 거친지 알 수 있는데 시사회를 통해 본편은 어느 수준이었는지 확인해 봤다.

간만에 맛보는 하드보일드 느와르 영화!

 

 

악인들, 지옥에서 만난다

이 영화에서 선한 혹은 평범한 사람을 만나는 건 쉽지 않았다.

누가 최악인가 내기를 하는 기분.

 

 

역시 온갖 악행/비리와 최악의 인성으로 똘똘뭉쳐진 악역 역할을 하는 황정민.

황정민은 가상의 도시 안남시의 사장으로 등장하고 있다.

 

 

정우성은 형사로 출연하지만 악의 하수인을 자처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그가 있다.

이번 그의 연기는 아주 악에 받친 인물을 잘 묘사하고 있다.

정우성 특유의 표정과 발성이 묘하게 잘 어울린다.

 

 

주지훈은 정우성의 동료형사로 출연한다.

비열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참 불쌍한 인물이다.

 

 

황정민의 악역 연기를 보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흥행성과 연기력을 검증 받은 충무로 최상위 배우 중에 악과 선을 가장 자유롭게 오가는 배우이다.

 

 

이 영화의 백미는 이모개 촬영감독의 거칠고 감각적인 화면과 바로 이 카체이싱 장면에 있다.

비오는 설정의 이 카체이싱 장면은 길진 않지만 지금껏 헐리웃에서도 보지 못한 스타일이 살아있었다.

악받친 정우성의 RPM이 마치 차의 RPM이 올라가는 듯한 기운을 느꼈던 장면이다.

 

 

이번에도 검사로 등장한 곽도원!

이런 역할이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어느정도 공권력을 가진 인물.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는 인물이다.

신사적인 척하면서도 비열함은 악의 축에 선 인물과 다르지 않는다.

 

 

정만식... 이번 영화에서의 정만식 캐릭터는 묵직하고 세다.

그가 맡은 역할 중 가장 인상에 남았다고나 할까?

단순히 비열하게 그려지거나 약간 가볍고 인간미가 느껴지던 인물을 주로 맡았기에 여기선 가장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참고로 정만식은 정우성 보다 한 살 어리다)

 

이 영화의 제목은 정말 잘 지었다. 제목 그대로 아주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권력에 눈이 멀어 뭔들 못하는 사람은 항상 등장했고, 겉으로는 정의의 편에 섰지만 하는 짓은 악인들과 다를 바 없는 사법기관의 사람들, 그 중간에 끼어 온갖 피를 자기 손에 묻히고 다니는 악인들로 가득한 영화는 처음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 영화처럼 묵직하고 거칠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영화는 처음이었다. 어찌보면 과잉처럼 느껴질 정도인데 오히려 그렇게 과감하게 몰아붙히는 힘이 이 영화의 최대 강점이라 본다. 물론 이런 부분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고 보지만 개인적으론 최고라 생각되었다. 올해 본 영화 중 <곡성>과 함께 가장 충격적이고 여운이 오래 가는 영화였다. 처절하게 강렬하고 짜릿해서 영화가 끝나고도 몸이 부들부들할 정도였다. 김성수 감독이 간만에 자신의 장기를 드러낸 듯하여 아주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