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감상/애니 감상

신카이 마코토가 그린 또 하나의 하늘 <너의 이름은>

셀디 2017. 1. 11. 11:35

※ 스포일러가 없습니다.

 

요즘 신카이 마코토의 <너의 이름은>이 인기폭발이다.

국내에서 일본의 2D 애니메이션이 이렇게 흥행을 한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난 그의 작품을 아직 <초속 5센티미터>밖에 보질 못했다.

이 작품에 대한 호평이 날 만족시켜줄 수 있을까란 기대심리를 안고 극장으로 향했다.

 

 

신카이 마코토 작품의 포스터를 보면 유독 하늘을 배경으로 한 그림이 많다.

청명하고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가 얼마나 하늘을 사랑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그런 하늘은 또 하나의 주인공이 된다.

 

 

<너의 이름은>에서는 남녀의 몸이 바뀌는 판타지적 요소가 들어가 있다.

사실 이러한 설정은 기존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보여줬기에 신선한 점은 없다.

그러나 차이가 있다면 서로가 전혀 모르는 사이고 거리도 멀리 떨어져 있으며

잠을 자고나면 수시로 다시 바뀐다는 설정이 색다르다.

그 과정에서 그려내는 이야기 전개와 감정선을 구축하는 과정이 좋았다.

 

 

시골 소녀 미츠하는 그곳 생활이 따분하여 도시를 갈망하는 소녀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뭔가 2% 부족해 보이는 친구들이 주변에 있다.

 

 

반면 남자주인공 타키는 도쿄에서 생활하는 도시 소년, 그러나 덜렁대는 철부지 소년이다.

그들은 몸이 뒤바뀌는 걸 직시하고 서로 소통을 하고자 하는데...

 

 

최신작 답게 아이폰을 모델로 한 스마트폰까지 등장한다.

 

너무 기대를 한 탓일까 그렇게 훌륭한 경험은 아니었다. 특히 감정선이 오르다가 어느순간 다시 가라앉게 되고 뭔가 내 감정이 이 작품의 주변만 맴돌다가 나온 느낌이었다. 즉 감동의 도가니에 펑펑 눈물이 흘러야 할 순간에 큰 동요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담담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그런? 나는 비슷한 분위기를 풍겼던 호소다 마모루 감독 작품인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더 좋았고, 유일하게 본 마코토 감독 작품인 <초속 5센티미터>가 더 좋았다. 특히 <초속 5센티미터>는 이 작품보다 상당히 지루하게 봤음에도 마지막 5분이 주는 임팩트가 너무 강렬해서 마무리에서 김이 다소 빠진 이 작품보다 더 깊은 인상이 남았다. 또한 설정상 이 작품은 너무 크고도 뻔한 오류도 보이는데 아마 그것 때문에 더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을 못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너의 이름은>이 별로란 이야기는 아니다. 특히 작화면에선 여전히 너무 아름답고 분위기 자체만으로 보는 사람을 순수하게 만들어버리는 묘한 매력은 여전했으니 말이다. 누군가에겐 최고가 될 작품의 여건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담으로 요즘 <너의 이름은> 때문에 혼모노 논란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난 사실 이전까지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처음 듣는 단어였는데 대충 오덕후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는 것 같다. 그런데 보다 부정적인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여러 웃기는 사례들도 검색으로 접할 수도 있었는데 다행히 내가 볼 때는 그런 사람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아쉬운 기분이 들었던 건 왜일까? 진짜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해서 실제 보고싶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