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감상/게임 감상

가장 길었던 여정의 끝 <드림폴 챕터스>

셀디 2017. 1. 27. 21:14

※ 2편(드림폴)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게임이 죽어가는 와중에서도 빛을 발한 작품들이 몇 있었다.

대표적으로 <사이베리아>시리즈를 들 수 있겠다. (현재 3편이 개발 중이다)

그리고 <롱기스트 저니>가 있었다.

<롱기스트 저니>는 먼 미래를 배경으로 SF와 환타지를 조합한 멋진 어드벤처 게임이었다.

난 특히 2편인 <드림폴>을 정말로 좋아하는데 너무 감동적으로 플레이를 해서 눈물을 흘릴 정도였다.

2편이 클리프행어식으로 끝나게 되어 그 뒤 후속작만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개발사 펀컴은 만들라는 건 안 만들고 엉뚱한 온라인 게임만 제작하고 말았다.

팬들의 청원도 있었고 결국 시리즈의 핵심 개발자들이 나와 킥스타터를 시작해 우여곡절 끝에 후속작 <드림폴 챕터스>를 발매했다.

팬으로서 정말 가장 길었던 기다림이었다.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이 게임은 챕터 형식으로 되어있다.

최근 어드벤처 게임에서 유행하고 있는 에피소드 형식의 게임이다.

출시 간격을 어느정도 두고 한 챕터식 발매를 하였다.

 

 

시작은 전작과 이어진다.

<드림폴> 말미에서 죽은 에이프릴의 장례로 시작을 한다.

우리 에이프릴...ㅠㅠ

 

 

그리고 <드림폴>의 주인공 조이 카스티요

그는 2편 마지막 코마 상태에 빠져 깨어나진 못했는데 이번 편 시작에서 병원에 누워있는 모습 그대로 시작한다.

 

 

조이가 빠져있는 꿈속의 세계

 

 

긴 코마 상태 끝에 깨어나 정신과 치료를 받는 조이

 

 

이번작은 유니티 엔진으로 제작이 되었다.

인디 게임 치고는 그래픽이 상당히 훌륭하지만 최적화는 실패했다.

그리고 인물 모델링은 전반적인 그래픽 퀄러티에 비해 실망스럽다.

조이의 얼굴이 조금 바뀌었다. 전작의 느낌이 조금 더 좋았는데..

더 실망스러운 점은 조이의 성우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영국식 악센트에 선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목소리에서 허스키하고 자존감 강할 것만 같은 목소리로 바뀌었다.

 

 

사이버펑크 세계가 구현된 유로폴리스를 처음 들어서서 돌아다닐 땐 그 자체만으로 재미가 있었다.

이런 류의 비슷한 게임들 중에선 자유도가 가장 높다고 볼 수 있다.

 

 

<드림폴 챕터스>는 챕터와 챕터 사이에 또 다른 세계를 잠시 방문하게 된다.

 

 

바로 사가(사진 속 아기)라는 인물이 존재하는 세계이다.

 

 

중간에 여러가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데 각 챕터가 끝나면 전체 플레이어 중 몇%가 이런 선택을 했는지 표시해 준다.

 

 

아카디아 세계의 저항군 조직원들

 

 

조이는 어느 게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세계와 아카디아와 스타크 사이를 넘나든다.

 

 

유니티 엔진으로 구현된 아카디아는 아름답게 구현됐다.

전편에서도 아카디아의 분위기는 아름다웠다.

 

 

아카디아를 여행하는 건 유로폴리스를 돌아다니는 것과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이번에도 머나먼 여정이란 느낌이 들었다.

 

 

이건 또 어떤 상황이람?

 

 

전작에선 조이, 에이프릴, 키안 3명을 통한 플레이를 해야했다면 이번에는 조이와 키안으로 플레이를 한다.

키안의 비중이 부쩍 높아졌다.

 

 

플레이의 기본은 2편을 닮아있고 거기에 요즘 유행하는 인터랙티브 방식과 에피소드 형식을 취한 게임이다. 거기에 아이템을 적절히 활용해야 하는 어드벤처 요소는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나 텔테일 게임즈의 어드벤처 게임 보다 많다. 거기에 작은 맵에서 한정적으로 돌아다녀야 하지만 프리롬 요소가 있기에 플레이 타임도 훨씬 길다. 전작에서 봤던 반가운 조연들도 보이고 몇몇 의문점이 이번작에서 풀리기도 한다. 하지만 바로 이어서 하지 않으면 지금 이 상황들이나 세부적인 이야기에서 플레이어가 길을 잃기 쉬울 것이다. 그리고 챕터간 발매시기도 너무 길어서 매번 한 챕터가 나오면 흐름을 잃어버리고 마는 에피소드 형식 게임의 단점을 그대로 갖고 있다. 지금은 모든 챕터가 발매된 후이니 이왕이면 쭉 이어서 5개 챕터를 다 끝내는 게 몰입도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 이 시리즈가 더 나올 수 있을진 미지수이다. 이번 작품이 나오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고, 사람들은 <롱기스트 저니>시리즈의 존재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 어드벤처 게임들은 더 단순해져 가고 있었다. 이 게임은 분명 인터랙티브 어드벤처 게임으로서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칭찬해주고 싶지만 요즘의 그것에 길들여진 팬들에겐 외면받기 쉬운 작품이라 생각된다. 나처럼 조이의 끝나지 않은 여정을 기대했던 일부 팬들에게만 먹힐 게임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