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감상/게임 감상

유쾌한 커플의 모험 <브로큰 소드> 시리즈

셀디 2016. 4. 18. 21:27

레볼루션 게임에서 발매한 <브로큰 소드> 시리즈는 1996년 첫 게임이 출시된 후 2013년 5편이 출시될 때까지 장수한 전통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게임 시리즈이다. 국내에는 <파검>이란 제목으로 정식 출시되기도 했었다.

주인공은 미국인 변호사인 조지와 프랑스인 기자인 니코이다. 이 둘은 우연같이 시작된 인연으로 1편 이후로 5편까지 단짝 콤비로 모험을 헤쳐나갔다. 재밌는 건 젊은 싱글 남녀라 충분히 커플이 될 만도 한데 5편까지 쭉 썸만 타는 친구같은 사이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분명 친구 이상의 무언가가 존재하지만 서로를 애써 친구로 한정하고 있는 귀여운 커플이라 할 수 있겠다. 마치 <엑스파일>시리즈의 멀더와 스컬리와 조금 흡사하다고나 할까? 아니 그보단 더 과거 미드인 <블루문 특급>에서의 브루스 윌리스와 시빌 쉐퍼드의 관계와 조금 더 가까운 것 같다. 멀더와 스컬리는 진짜 동료로 확실히 선을 긋고 꽤 진지한 분위기를 유지하지만 니코와 조지는 서로 디스를 하는 등 티격태격 하면서도 끈끈한 무언가가 있는 것이 브루스와 쉐퍼드의 관계에 가까운 것 같다. 그래서 둘은 꽤 유쾌한 기분이 든다.

 

이 게임은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많은 변화를 주기도 했고, 팬들의 기대를 저버린 적도 있지만 최근 5편에선 화려하게 부활했다는 평이 많다. 개인적으로도 최근 몰아서 5편을 다 플레이 하면서 5편에 대한 평을 아주 높게 쳐주고 싶다.

이 시리즈의 주요 이야기는 템플 기사단이나 숨겨진 조직, 광신도, 오컬트, 중세 마법 등에 대한 비밀을 푸는 모험극이다. 인디아나 존스나 라라 크로프트 처럼 숨겨진 무덤을 방문해서 퍼즐을 풀고 온갖 함정을 피해야 하기도 한다. 어드벤처 게임이지만 주인공이 죽을 수도 있는 게임이라 항상 행동에 조심을 해야한다는 점이 있다. 게임은 루카스 아츠 어드벤처만큼은 아니지만 꽤 밝은 분위기임에도 주인공들이 수시로 죽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그런 부분이 때론 스트레스로 작용해서일까? 5편에서 주인공들은 무슨 행동을 해도 죽지는 않는 점이 너무 반가웠다.

 

그럼 이 시리즈가 지금까지 어떻게 이어졌는지 1편부터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다.

 

브로큰 소드 : 기사단의 그림자 (1996) 

 

오프닝 애니메이션부터 눈길을 끈다. 현재 감독판까지 나와있는 상태이며 OST가 일품이다.

중간에 삽입된 동영상 형태의 애니메이션 말고도 인게임 그래픽 또한 만화 형태라 이질감이 없으며 퀄러티 또한 훌륭하다.

지금봐도 출시된 게임 시기를 생각해볼 때 아주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1편은 부제에서 드러나듯 템플 기사단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떤 광대 분장의 연쇄 살인범을 추적하다 보니 숨겨진 비밀 집단의 음모가 드러난다는 전개를 보여준다.

 

 

게임의 배경은 프랑스 파리이다. 니코의 주요 활동 무대가 파리이기 때문이기도 한데 이들은 모험가이자 기자 답게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을 하기에 다양한 장소를 맞이할 수 있다.

 

 

주인공 니코는 지적이면서도 섹시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영어 음성으로 들어도 프랑스어 특유의 억양과 발음이 느껴진다.

 

 

어드벤처 게임은 배경 구경하는 맛이 있는데 이 게임은 그 점에서 아주 훌륭하다.

아기자기하면서 디테일한 부분까지 잘 살렸다. 

 

 

조지는 아주 잘생긴 미국 금발 남자이다.

하지만 다소 허당끼가 있고 친근한 사람이다.

 

브로큰 소드2 : 스모킹 미러(1997)

 

시리즈 중 유일하게 템플 기사단과 관련이 없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이번에도 니코는 취재 중 어떤 사건에 휘말려 납치가 되고 조지는 그녀를 구하러 나선다.

 

 

전과 같은 방식의 그래픽 스타일과 플레이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사이즈와 시점의 변화를 통해 더 큰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었다.

조지의 일러는 1편의 부드러웠던 인상에서 보다 강인한 인상으로 바뀌었다.

뭐 성우가 같기 때문에 일러스트만 그렇고 특별히 다른 느낌은 없다. 성격도 그대로다.

 

 

니코는 거의 그대로다. 다만 성우가 바뀌었다.

니코 성우는 시리즈 마다 거듭해서 바뀌었던 것 같다.

그리고 2편은 주인공이 장소에 따라 옷을 바꿔 입는 점이 재밌었다.

 

 

중간 컷신이 애니메이션으로 나오는 것도 여전.

 

 

니코는 훌륭한 각선미를 갖고 있다.

하이힐을 선호하는 기자이다.

 

 

2편에서 가장 재밌었던 부분이다.

영화 촬영 현장에 투입된 조지의 활약상을 볼 수 있다.

 

브로큰 소드3 : 더 슬리핑 드래곤(2003)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가장 실망스러웠던 작품이다.

먼저 스크린샷에서 보시다시피 그 전매특허였던 카툰 그래픽을 버리고 풀3D를 채택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당시 그래픽 기술과 하드웨어의 발달로 많은 게임들이 2D에서 3D로 옮겨가는 추세이긴 했다.

그건 포인트앤클릭 어드벤처 게임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단순히 그것만이 아니었다. 불편한 조작에 좋지 않은 시점 거기에 스토리까지 최악이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경악스러울 정도였다.

그리고 게임플레이 내내 내가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게임을 하는 건지 소코반을 하는 건지 스플린터셀(잠입게임)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게임이 정체성을 잃어간 작품이기도 했다.

 

 

액션성이 높아져서일까 등장인물 옷도 조지는 인디아나 존스처럼 입었고, 니코는 라라 크로프트가 되어있었다.

그래도 둘 사이의 케미를 보는 재미는 여전했다. 그나마 이 게임의 위안 거리였다.

 

 

옛날 3D게임치고 은근히 표정 연기가 좋았단 생각이 들었다.

 

브로큰 소드4 : 더 엔젤 오브 데스(2006)

 

어라? 니코는 어디 가고 금발의 미녀가? 4편은 미국에 있는 조지의 사무실에서 시작된다.

어떤 여자가 괴한들에게 쫓기고 있다며 막무가내로 도움을 요청하고, 미녀에 한없이 약한 조지는 그 여자를 도와주면서 게임이 시작된다.

그 여자는 엄청난 비밀이 담겨있는 필사본을 가지고 있었고, 그 진실을 찾아 조지는 그녀와 동행하게 된다.

 

4편에도 욕먹었던 3D를 고집한다. 다만 그래픽이 3편에 비해 월등히 좋아져서 그나마 봐줄만 했다.

그러나 게임플레이 측면에서 보자면 여전히 아쉬웠고 그 잠입 게임 또한 중요 요소로 그대로 자리잡고 있었다.

안나라는 새로운 여주인공을 만나는 것도 즐거웠는데...그럼 니코는 어쩌고?

 

 

조지도 이제 나이를 먹은 건가?

그래도 성격은 여전하다. 은근히 허당 그러나 뻔뻔함 백단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

 

 

게임 인트페이스는 그닥 나쁘진 않았다.

 

 

짜잔~ 이 시리즈에 니코가 빠질 수가 없다. 그것도 여전히 여주인공이다.

한 중반쯤에야 되서 나오지만 극적으로 등장하니 기대해도 좋을 수준이다.

모델링이 좋아져서 더 예뻐지긴 했는데 3편의 귀여움은 줄어들었다.

복장도 너무 간편하고 살짝 보이시한 느낌이 개인적으론 실망스러웠다.

참고로 새로운 여주인공인 줄 알았던 안나 마리아는 다른 반전 요소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브로큰 소드5 : 더 서펀츠 커스(2013)

 

드디어 본연의 색으로 돌아온 작품!

원래의 2D 포인트 앤 클릭 방식과 만화풍 그래픽으로 돌아온 5편이다.

이 부분이 가장 기쁜데, 최신의 고해상도의 깔끔함까지 더해져 이런류의 게임으로서 최고의 그래픽을 선보이고 있다.

 

5편은 파리의 작은 갤러리에서 그림이 도난 되며, 그 갤러리 주인이 피살되면서 시작된다.

그 도난 당한 작품에는 큰 비밀이 감춰져 있고 역시나 거기엔 크고 무서운 힘이 도사리고 있다.

 

 

캐릭터 그래픽이나 애니메이션도 매우 훌륭하다.

 

 

배경작화는 두말하면 입아플 정도로 훌륭하다.

저 뒤에 얼마전 여행 포스팅에서 다뤘던 몽마르뜨 언덕 상크레쾨르 성당도 보인다.

 

 

니코와 함께 하는 시간도 많고 즐겁다.

 

 

니코가 다시 1,2편에서 보여준 오피스룩을 보여줘서 반가웠다.

여성스럽고 세련되었으며 니코의 좋은 몸매 또한 잘 나타내는 복장이라 생각한다.

 

 

이 둘 과연 친구 이상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이렇게 지금까지 출시된 <브로큰 소드> 시리즈 5편을 모두 만나보았다.

유쾌한 주인공 남녀의 케미 때문에 더 즐거움이 있었던 게임이다.

어째 주요 내용보다 이 둘의 관계가 더 흥미롭다는 생각이다.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게임 팬이라면 꼭 해봐야 할 시리즈이다.

현재 모바일 용으로도 출시가 되었으니 할 수 있는 창구는 더 늘어난 샘이다.

아직 끝난 이야기가 아니니 꼭 다음 시리즈도 나와줬으면 좋겠다.

다만 돈이 안되는 어드벤처 게임이라 이런 퀄러티로 다시 나올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