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감상/영화 감상

스너프 필름을 소재로 한 스페인 스릴러 <떼시스>

셀디 2017. 1. 31. 12:31

이번에는 스페인 스릴러 영화를 한 편 추천하고자 한다.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이 연출한 1996년작 <떼시스>이다.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이란 이름은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의 작품 중에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들이 몇 있을 것이다.

톰 크루즈, 페넬로페 크루즈가 출연했던 <바닐라 스카이>의 원작 <오픈 유어 아이즈>를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그는 미국으로 넘어와 영화를 찍기도 했는데 니콜 키드먼과 함께 했던 <디 아더스>가 그러하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보통 스릴러/호러 등으로 그런 장르물에 특화된 감독임을 알 수 있다.

그런 그의 장편영화 데뷔작이 바로 오늘 소개할 <떼시스>이다.

이 작품은 호평을 받아 브뤼셀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유럽 판타스틱 필름 은상을 받기도 했다.

 

 

이 영화의 제목인 '떼시스'는 논문이란 뜻을 가진 스페인어이다.

영화속 주인공 앙헬라는 시각적 폭력에 대한 주제로 논문을 준비 중에 있었다. 논문을 위해 앙헬라는 살인과 폭력에 관한 영상물을 수집하고 접하고 있었는데 우연찮게 실제 같은 학교를 다녔던 학생의 살해 장면이 담긴 스너프 필름을 감상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초반 분위기가 상당히 음산하고 잔인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의외로 주인공이 준비 중인 논문처럼 잔인한 폭력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은 거의 없다. 실제 스너프 필름의 장면도 거친 비디오 입자를 확대하거나 부분적으로 보여주는 등 자극성은 의외로 강하지 않은 작품이었다. 오히려 소리를 통해 상상을 하게 만드는 공포감에선 더 큰 효과를 주고 있다.

 

 

이 영화는 꽤 잘 만들어진 스릴러라 생각한다. 관객에게 앙헬라의 관점에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한 편 끝까지 정체를 가늠할 수 없는 주변 인물들의 관계까지 스릴러가 갖춰야 할 요소가 모두 담겨있고 탄탄한 연출력으로 인해 20년이 지난 지금 감상해도 웬만한 스릴러물 보다 긴장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에 출연했던 미남배우 에두아르도 노리에가는 후에 <오픈 유어 아이즈>에서도 사고로 얼굴을 잃은 미남 주인공을 맡았다. 후에 헐리우드에선 그 미남역을 톰 크루즈가 맡았으니 당시 그가 스페인을 대표하는 미남 배우 중 한명 임은 분명했다. 

 

공교롭게도 얼마전 감상했던 <베이컨시>와 마찬가지로 스너프 필름을 소재로 다룬 점에서 겹쳤는데 방식은 전혀 다른 작품이었다. <베이컨시>는 전형적인 미국식 공포물이었다면 <떼시스>는 스페인의 스릴러적 감성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그러고보니 국내에 스페인 영화가 많이 수입되는 건 아니지만 스릴러 장르가 많은 것으로 보아 스릴러를 꽤 잘 만드는 나라가 아닌가 싶다. <줄리아의 눈>도 스페인 스릴러로 볼만한 작품이라 생각했고, 스릴러/공포 장르 위주의 영화제인 시체스 영화제도 스페인이 주최국임을 볼 때 앞으로도 스페인산 스릴러는 꽤 믿고 볼만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