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코스/맛집

고려대 안암역 대표 맛집, 영철버거

셀디 2017. 2. 5. 22:14

2000년 안암동에는 인상 좋은 한 아저씨가 고기를 자글자글 볶아서 길다란 핫도그 빵에 가득 넣고 케찹과 머스타드 소스를 뿌려 파는 버거가 대인기를 끌었다. 이름하여 그 아저씨의 이름을 딴 영철버거!!

당시에 1,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과 한가득 들어가는 고기, 매장에서 먹을 시 음료수가 무료로 무한 제공 되는 등 정말 획기적인 가격과 서비스, 맛이 모두 어우러진 최고의 맛집이었다.

그러니 특히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에겐 정말 단비같은 버거집이 아닐 수가 없었다.나도 그런 영철버거를 꽤 즐겨먹던 시절이 있었다. 그 가격과 맛, 서비스를 꽤 오래도록 유지를 했던 영철버거였다. 그러던 중 한 차례 이사를 가게 되었고 그때부터 영철버거는 변화를 시도하였다. 바로 영철버거를 대표하는 스트리트 버거 외에 다양한 버거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가격도 올리기 시작했다. 또한 그 성공으로 인해 몇몇 분점을 내기도 하였다. 가격이 올라가는 건 너무 당연한 결과라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았다. 그렇지만 너무 수제 프리미엄 버거에 치중한 나머지 영철버거의 저렴하면서도 맛좋은 고퀄러티 이미지가 퇴색되기 시작하였다. 거기에 나중엔 영철버거를 대표했던 영철버거만의 스트리트버거가 메뉴에서 자취를 아예 감추고 말았다. 그 이후에도 맛 좋은 수제버거임에는 분명했지만 전과의 괴리감 때문이었는지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기기 시작했다. 그건 나역시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영철버거의 입구 전경

 

 

그러던 어느날 영철버거가 영업을 종료한다는 안내문이 벽에 붙었다. 안암동의 명물이자 내 추억과도 깊은 연관이 있었던 곳이 없어진다니 갑자기 먹먹함이 몰려왔다. 그렇게 영철버거는 영원히 사라지는 듯했으나 영철 버거가 성공신화를 달릴 수 있게 해줬던 고려대학생들을 비롯해 많은 도움을 통해 재오픈을 하였다. 그리고 그토록 그리웠던 스트리트 버거도 다시 돌아왔다. 메뉴도 훨씬 간촐해졌지만 요즘 시대에 맞는 느낌의 버거집으로 복귀한 것이었다. 그 전통을 살리면서 요즘의 트렌드를 수용하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물론 예전처럼 퍼주는 느낌이 들 정도의 저렴한 가격으로 돌아온 것은 아니지만 일반 버거집 보다 저렴한 가격이었고 그 고유의 맛은 그대로 유지한 채 돌아왔기에 반갑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수개월전 영철버거는 다시 한번 매장을 옮겼다. 옮기게 된 배경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위치적으로 보자면 지난번 보다 조금 더 좋지 않은 듯하지만 매장의 크기는 한 5배는 커진 듯하다. 그런 영철버거를 나도 정말 오랜만에 방문을 해봤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매장은 꽤 넓고 쾌적하고 인테리어도 깔끔하다.

늦은 시간에 방문해서인지 사람이 많지 않았다..ㅠㅠ

물론 매장에서 먹지 않고 포장해서 가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참고로 저 안쪽에도 테이블이 있다.

 

 

주문하는 곳에서 메뉴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안쪽 자리에 앉았더니 영철 아저씨께서 직접 메뉴판을 가져다 주셨다.

아저씨는 비록 날 알아보지 못했겠지만 난 언제나 반가운 그 얼굴.

 

 

그럼 이곳의 메뉴를 한번 쭉 보도록 하겠다.

사이드메뉴는 맥주와 함께 먹기 좋은 안주거리라 생각하면 되겠다.

안주라 생각하면 가격은 보통 수준

 

 

그리고 영철버거를 대표하는 스트리트 버거!

여전히 2,500원으로 아주 저렴하다.

세트가 3,800원인데 프랜차이즈 햄버거 집에서 먹는 웬만한 세트보다 이게 낫다고 자부한다.

 

 

커피도 팔고 과일주스에 웬만한 음료도 다 팔고 있었다.

그 다음으론 샌드위치 종류다.

 

 

샌드위치류가 이전의 프리미엄 버거 자리를 대체하는 듯하다.

그리고 메뉴판 마지막엔 영철버거의 연혁 및 스토리를 볼 수 있다.

관심 있다면 한번쯤 읽어보도록 하자.

 

 

버거를 열심히 준비 중이신 영철버거 사장님

여전히 친절하시고 사람냄새가 나서 너무 좋다.

 

 

안쪽은 바깥쪽과 다르게 아늑한 분위기이다.

여기는 분위기 있는 맥주집 느낌도 나는데 한 켠에는 라이브 공연을 위한 악기와 마이크도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벽걸이 TV도 있었는데 맥주 한 잔 하며 스포츠 중계를 감상하기에도 좋은 곳이란 생각이다.

 

 

같이 간 일행 모두 라이스볼 세트를 시켰다.

라이스볼 세트는 크게 일반세트(음료)와 맥주가 나오는 맥주 세트가 있다.

확실히 맥주 세트가 좀 더 비싼데 기본은 350cc라고 한다.

1,000원을 추가하면 500cc로 업그레이드가 되어 맥주세트를 시킨 친구들은 500cc 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세트에서는 샌드위치를 선택할 수 있다.

이게 바로 치킨브레스트&베이컨

 

 

그리고 함께 나온 라이스볼

얼핏 보면 볶은김치 얹어놓은 것처럼도 보이는데 잘게 다진 고기가 들어있는 소스이다.

 

그리고 이것은 웻지 감자!

이날 영화 <컨택트>를 감상했는데 거기에 나오는 외계인 모선 쉘과 모양이 똑같다.

웻지감자의 맛은 정말 취저!!

달달한 향과 부드러운 감자의 맛 모두를 느끼고 싶은 분에게 추천한다.

 

 

이건 친구가 주문한 돈워리인데 그릴스테이크와 모짜렐라 치즈의 맛이라고 한다.

 

 

라이스볼을 비벼서 한 수저 떴다.

탄수화물 없으면 식사를 안한 듯한 나에게 너무 좋은 메뉴

 

 

내가 주문했던 치킨브레스트&베이컨의 모습

빵은 살짝 바삭한 느낌이 나는게 식감이 아주 좋았다.

개인적인 맛이지만 얼마전 먹었던 밸런스 버거와 비교해 여기서 맛본 라이스볼 세트가 훨씬 만족감이 높았다.

오랜만에 스트리트 버거를 맛볼까도 싶었지만 앞으로 종종 찾을 생각으로 다음으로 미뤘다.

 

 

오랜만에 여길 찾은 친구도 맛에 만족을 하며 나오며 하나 더 포장을 했다.

 

내가 블로그를 하면서 음식점 포스팅을 할 때 이렇게 많은 텍스트를 넣은 건 처음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건 영철버거 사장님과의 어떠한 관계가 있어서 그런 건 절대 아니며 순수하게 영철버거를 좋아하는 손님으로서 애착 때문이다. 무언가 내 삶에서 오랜시간 함께 했던 장소가 없어진다는 건 슬픈 일이다. 그걸 떠나 영철 버거는 정말 여전히 괜찮은 맛과 품질을 보여주는 동네의 맛집이라 할 수 있는 곳이다. 난 영철버거가 잘됐으면 좋겠다. 제2의 전성기도 누리고 최소한 사장님이 은퇴하실 때까지 이 영철버거는 안암동에서 계속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먼훗날 내가 안암동을 다시 찾았을 때도 사장님께서 열심히 고기를 볶고 계시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앞으로 나도 종종 이곳을 찾아야겠다. 단순히 지원하는 입장이 아니라 이번에 다시 가보고 정말 괜찮은 곳이라는 걸 다시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 포스팅을 하면서 군침이 다시 돌았을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