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감상/영화 감상

동화속 공주가 현실로 나온다면? <마법에 걸린 사랑>

셀디 2016. 4. 27. 12:21

※일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동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일까? 백마 탄 왕자? 공주? 마녀?

사람마다 떠오르는 이미지는 각양각색이겠지만 아마 많은 사람들이 위에 언급한 이미지를 떠올릴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동화를 오랜 기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왔던 디즈니 작품들을 떠올려 보라고 한다면 대상은 더욱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디즈니가 독특한 발상의 영화를 선보인 적이 있다.

그렇다고 전혀 엉뚱한 장르의 영화는 아니고 자신들의 장기를 보여줄 만한 영화를 가지고 온 것이다.

그것이 이번 포스팅에서 소개할 <마법에 걸린 사랑>이란 영화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동화 하면 가장 많이 떠올릴 이미지들인 백마 탄 왕자, 공주, 마녀가 모두 등장한다.

그리고 여러 동화의 설정들을 조금씩 끌어와서 멋지게 버무린 작품을 만들어 냈다.

 

 

 

내용은 역시 동화답게 단순하지만 설정 자체가 주는 흥미로움으로 그 단순함을 극복하고 있다.

안달라시아는 애니메이션으로 이루어진 동화 나라에서 살면서 왕자와 결혼을 꿈꾸는 공주이지만 역시나 사악한 마녀의 훼방으로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런데 그 위기라는 것이 애니메이션 밖 현실 세계이자, 그것도 21세기 뉴욕으로 떨어진다는 설정이다.

영화는 처음에 주인공 안달라시아 공주가 속해 있는 애니메이션으로 된 동화나라에서 시작되었다가, 현실 세계로 떨어지면서 실사 영화가 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재미있는 점이 만화속 인물들의 모습이 현실 세계에서도 꽤 그럴싸하게 흡사한 외모로 등장을 한다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속 인물들이 전형적인 디즈니 애니메이션 캐릭터처럼 생긴 것을 생각해 볼 때 캐스팅이 아주 적절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만화속 세상에서 보여줬던 성격이나 행동들을 그대로 실사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안달라시아가 아파트에서 옷을 만들며 동물들과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이다.

이게 실사이다 보니 다소 황당하고 징그러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는데 안달라시아를 연기한 에이미 아담스의 티 없이 맑은 연기 덕분에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가 되었다. 또한 그녀가 직접 부른 노래를 통해 놀라운 노래 실력 또한 확인할 수가 있었는데, 훗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에이미 아담스는 실제 그 노래를 라이브로 들려주는 솜씨를 발휘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만큼 이 영화는 공주에게 기대는 부분이 많은 영화이다. 특히 에이미 아담스의 매력이 이끄는 힘이 커서 맑고 순수해 보이는 안달라시아를 보는 것만으로 관객들은 훈훈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반면 남자 주인공인 필립은 현실 세계속 사람들을 대변하는 듯 굉장히 현실적인 남자이다. 그에겐 아직 동화속 인물같은 순수함을 가진 딸이 있고 결혼을 앞둔 약혼자가 있다. 그러나 그는 사랑을 그닥 믿지 않으며 익숙하지도 않은 남자이다. 과거엔 오히려 순수했으니 사랑도 하고 딸도 갖고,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했겠지만 그에겐 과거의 때묻지 않은 사랑의 감정이 남아있지 않은 사람인 것이다. 그 모든 것도 일종의 현실 속 타협 점을 찾아 진행해야 하는 비즈니스 같은 것이다. 그런 상반된 두 명의 인물이 만나면서 단순히 '공주가 왕자를 만나서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어요'란 동화적 설정을 살짝 비틀어 나간 것도 이 영화의 주요 볼거리 중 하나이다. 물론 이 작품은 전 연령대가 볼 수 있는 디즈니 작품임을 알아야 한다. 비틀기와 버무림은 딱 거기까지이고 어디까지나 예측 가능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디즈니 만화를 보면서 새드 엔딩이나 열린 결말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니 말이다.

 

 

 

 

 

 

딱 한가지 불편한 부분이 있는데, 보는 관점에 따라 이 작품이 불륜이나 배신을 옹호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필립은 어느새 결혼을 앞둔 약혼자 보다는 안달라시아에게 빠져버리고, 오직 왕자님만 바라볼 것 같았던 안달라시아도 필립에게 빠져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빠져나갈 구멍으로 왕자와 안달라시아는 애초에 첫눈에 반하기만 했을 뿐 사랑의 참 면모를 아직 보지 못한 사이였으며, 필립과 그의 약혼녀는 역시 현실적인 절충안에서 생겨난 만남이라는 점을 영화속에서는 살짝 내비췄다는 점이다. 물론 삐딱한 관점에서 보자면 충분히 이런 생각이 들 수는 있지만 결론적으론 그냥 선과 악이 나오지만 선으로 훈훈하게 마무리 되는 'happily ever after'형 영화이니 너무 심각하게 볼 필요는 없어보인다.

 

마음 훈훈해지는 따뜻한 이야기와 정감가는 인물들, 그리고 사랑이 신기루같이 허황된 것이 아님을 믿는 이들에게 꽤 좋은 영화가 될 것이다. 특히 봄에 보면 따뜻한 봄의 감성을 크게 북돋아 줄 것이라 생각된다. 영화를 보고 나면 센트럴 파크에서 노래하고 춤추던 안달라시아처럼 공원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폴짝 폴짝 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