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감상/공연 감상

연극 <극적인 하룻밤>을 보고 영화와 비교해 보다

셀디 2016. 4. 30. 16:02

셀디가 이 작품을 접한 건 연극보다 영화가 먼저였다.

연극이 원작이라는 것도 이번에 공연을 보면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영화에 대한 평은 그닥 좋지 못했지만 내겐 상당히 의미가 있었던 작품이었다.

여러가지 의미로 평생 기억에 남을 작품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원작 보다 영화가 주는 재미나 요소들이 더 마음에 많이 남는다.

완성도로 따지고 들어가도 영화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극적인 하룻밤>은 2009년 초연 이후 지금까지 22만명이 넘는 관객들이 본 인기 연극이라고 한다.

내용으로 보자면 역시 전형적인 로맨스 물에 살짝 성인물 요소를 첨가한 정도이다.

사랑에 상처 받은 두 사람이 말 그대로 '극적인 하룻밤'을 보낸 이후 사랑을 만들어간다는 내용이다.

역시나 이전 사랑에 대한 그림자 때문인지 두 사람은 물과 기름처럼 잘 녹아들지를 못한다.

그 이후의 진행은 안 봐도 뻔한 로코물을 따라가고 있다.

 

 

 

현재 대학로 바탕골 소극장에서 공연 중에 있으며 만 18세 이상 관람이 가능하다.

대학로 소극장 공연답게 저렴하게(1만원 내외) 관람이 가능하다.

 

 

이곳이 극장 입구

바탕골 소극장은 5층에 위치해 있다. 엘리베이터 또는 계단 이용 가능하다.

참고로 바로 올라가면 안되고 티켓박스는 1층 커피빈 옆에 위치해 있으니 표를 끊고 가야한다.

<라이어> 판매대랑 다른 곳이니 유의할 것!

 

 

입구에서 찍어본 광고 포스터!

 

 

공연이 시작되기 전 무대를 한번 찍어봤다.

무대는 한 번 세팅 되어 있는 상태에서 거의 변화가 없다.

어둠 때문에 보이질 않는데 오른쪽은 집안 내부 구조로 되어있다.

 

 

초대권으로 관람을 해서 인증을 해본다.

 

 

※ 이하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하세요!

 

그럼 영화와 연극을 비교해 보도록 하겠다. 역시 가장 큰 차이는 공간적 한계가 있는 연극과 그 한계가 무궁무진한 영화의 공간 차이라 할 수 있겠다. 연극에서는 설정상 딱 3장소 밖에 나오질 않는다. 사실상 9할 이상인 한 장소 남자 주인공의 집이 전부라 봐도 좋다. 물론 이건 연극의 한계로 감안을 해야한다. 두번째 가장 큰 차이는(순서로는 이게 더 상위로 올라가야 한다) 출연 배우들이다. 사실 이 작품의 중심은 남녀 주인공에게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인물들도 있는데 바로 이 들의 전 연인들이다. 이 전 연인들은 현재의 연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연극에서는 계속 언급만 되는 나쁜X로 나오지만 영화에선 나름 비중있게 등장하여 더 나쁜X들처럼 보인다. 그런데 연극에서 출연자는 주인공 남녀 둘 뿐이다. 오롯이 단 두명의 배우(일인 다역도 아닌)만 출연한다.

 

 

세번째 가장 큰 차이는 둘 사이의 관계를 이어나가는 장면들이다. 이건 영화적으로 발전을 시킨 각색 때문에 발생한 차이라 보는데 영화에서는 커피 쿠폰이 다 찍힐 때까지 섹스파트너로 만나는 것이다. 그러나 연극에는 그런 장치가 없다. 섹스파트너란 언급은 나오지만 어떤 것에 의미를 두고 행동하기 보다 그때 그때 마음 내키는 대로 상황을 이어나가는 식이다.

 

 

영화에서는 쿠폰이 다 모일 때까지 거의 연인과 다름 없는 관계를 이어간다. 물론 대부분의 만남 끝에는 잠자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연극에서는 그 잠자리라는 것을 그렇게 강조하진 않는다. 물론 둘은 잠자리로 맺어진 관계였고, 사랑없이도 잠자리가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극중 여주인공 시후가 말하는 것도 똑같지만 말이다. 참고로 야하냐고 물어본다면 둘 다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영화도 관계를 갖는 장면이 다수 등장하지만 속옷 이상의 노출은 없다. 연극도 속옷 정도 노출은 있는데 그닥 야하단 느낌은 아니며 관계를 갖는 장면도 은유적이면서 기발한 코믹함으로 포장되어서 전혀 야하단 느낌이 들지 않는다. 내 생각엔 선정선으로만 따지자면 청소년관람가라도 문제 없다고 본다.

 

네번째 큰 차이는 아무래도 캐릭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여자쪽은 배우가 뿜어내는 아우라 때문에 다소 틀리게 느껴질 수는 있어도 캐릭터의 성격 자체는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남자 캐릭터 쪽은 차이가 좀 나게 느껴졌다. 영화에 윤계상이 맡은 한정훈도 까칠한 캐릭터이긴 하나 연극에서는 까칠한 정도를 넘어 입이 아주 거칠다. 물론 이 거친 입을 이용해 욕 연습을 하는 장면은 영화에서도 등장하지만... 좀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거친 입 때문에 솔직히 조금 불편하기도 했다. 여자들 입장에선 어땠을지 궁금하다. 예를 들어 '이 새끼가' 같은 말을 입에 달고 사는데 이 대사를 무려 상대 여자 주인공에게 시도 때도 없이 한다. 물론 그런 대사들에서 오는 코믹함이 없는 건 아니지만 너무 막 대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진짜 여자들은 어떻게 느꼈을지 궁금하다. 처음부터 로맨스를 그리고자 시작한 연극이라서 그렇지 실 생활에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말 끝마다 '이 새끼가' 같은 말을 한다고 생각해 봐라.

 

그렇지만 그런 부분을 제외하고 두 등장인물이 주도해 가는 코믹 요소는 박수쳐줄만 하다. 적절한 타이밍에 치고 빠지는 대사들이 극을 유쾌하고 끌어가고 있다. 웃음이라는 측면에서 관객들의 반응도 아주 좋았는데, 코믹물로만 보자면 영화 보다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약 100분 가량 웃음 포인트가 끊이질 않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로맨스적인 달달함이나 감동적인 요소는 윤계상, 한예리쪽의 영화의 압승이라 평가하고 싶다. 연극은 장우진, 이승은 캐스팅을 봤는데 다른 배우들은 모르겠지만 캐미가 아주 좋았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걸 떠나 영화에선 둘 사이의 관계를 여러 사건을 통해 구성하기에 보다 감정적으로 몰입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지막 엔딩이 주는 여운 또한 더욱 강렬했다. 반면 연극은 두 인물의 끊이지 않는 드립으로 연극적인 재미를 주었다고나 할까? 뭐 두 작품 모두의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영화를 본 사람은 연극을 보고, 연극을 본 사람은 영화를 보면서 서로 비교해 보는 재미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연인들에게 추천하는 작품이다. 적어도 보는 내내 빵빵 터질 수 있을테니까. 그리고 둘 사이의 관계도 끈적(?)해질 수도 있고...

 

그러나 난 이 작품을 보면서 슬픔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