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감상/공연 감상

<미스 사이공 : 25주년 특별 공연> 감동의 도가니

셀디 2016. 11. 27. 04:17

※ 스포일러가 없습니다.

 

사실 난 이 공연실황을 보기 전까진 극장에서 공연실황을 보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회의적인 사람이었다.

왜냐하면 공연은 라이브로 봐야하는 것이지 녹화된 영상을 보는 것은 좋은 경험이 아니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물론 가끔 TV에서 해주는 공연 실황을 본 경험도 있고 가수들의 공연같은 경우는 영상으로도 충분하단 생각이 있었다.

그럼에도 연극이나 뮤지컬 등을 그것도 극장에서 돈을 지불하고 감상한다는 것은 당최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것도 선입견인지 모르겠으나 일반 영화값보다 훨씬 비싼 요금을 지불하고 봐야한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거부감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어떤 공연을 하든지 극장에서 상영하는 공연녹화 영상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미스 사이공 : 25주년 특별 공연>을 보고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이번에도 크게는 관심이 없었지만 지인이 보고싶다 하여 같이 보게 되었던 건이 내겐 아주 값진 경험이 되었다.

 

 

미스사이공은 올해로 25주년을 맞는 전세계적으로 최고로 꼽히는 뮤지컬 중 하나이다.

특히 이번 공연에는 한국 뮤지컬 스타 홍광호가 투이역으로 출연을 하여 국내에서도 더욱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바로 엔지니어(윤락가 포주)가 부르는 '아메리칸 드림'  장면이다.

 

 

홍광호가 맡은 투이.

 

 

홍광호의 노래 솜씨는 웨스트엔드에서도 꿀리지 않았다.

정말 최고의 노래와 연기 솜씨로 투이역에 완벽하게 빙의되었다.

홍광호 팬들은 당장 예매를 하도록

 

 

무대 스케일과 예술이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막 헬기가 날아다니고...

 

 

이 작품의 코믹 쪽을 맡고 있는 엔지니어다.

엔지니어는 근본적으론 이기적이고 야비하고 간사한 악당인데 그 특유의 매력과 코믹함 때문에 미워할 수만은 없었다.

 

 

작품을 감상하다가 보니 어느덧 내가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고, 마음속으로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정말 엄청난 무대연출과 가슴아픈 이야기, 배우들의 화려하고 역동적인 안무, 아름다운 음악이 한 데 어우러져서 마치 현장에서 공연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되었다. 공연 자체가 너무 훌륭해서 내가 이걸 실황 녹화로 보고 있다는 걸 잠시 잊을 정도였다. 이건 이 작품이 그만큼 좋은 작품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공연이 막을 내리고 인터미션이 약 5분 주어지는데 이 작품을 처음 보는 사람은 어리둥절할 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러했으니 말이다. 끝날 타이밍에 인터미션이라니 말이다. 그런데 화면에 보면 갈라라고 되어있다. 본공연은 거기서 끝인 것이고 다음으로 25주년 기념 갈라쇼가 준비되어 있었던 것이다. 갈라쇼에서는 초대 크리스와 엔지니어 등이 나와 특정 장면을 재현하는 등 감동의 도가니에 한 번 더 빠지게 만든다. 그리고 25주년 캐스팅과 과거 캐스팅 됐던 배우들의 앙상블도 정말 감동적이었다. 갈라쇼에서도 다시 눙물이..ㅠ.ㅠ 이 공연을 라이브로 그것도 최적의 자리에서 봤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작품을 통해서 공연실황을 극장에서 보는 것에 대한 선입견이 꽤 많이 줄었다. 물론 여전히 회의적인 시선이 있지만 그 작품이 진정으로 좋은 작품이고 공연이라면 영상으로 봐도 그 감동은 여전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실황으로 봐서 좋은 점 하나가 있다면 배우들의 세세한 표정과 연기를 크게 감상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영화같은 카메라 워킹과 다양한 각도, 연출로 인해서 라이브로 보는 것과는 다른 감동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즉 역으로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배우들의 감정선 집중에는 조금 더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촬영도 너무 잘 되었다. 촬영쪽 연출에도 정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추가로 공연실황이라 관객석의 환호와 박수소리도 크게 들리고 극장상영 답게 아주 서라운드로 울리는데 실제 극장내 관객들은 아주 조용하다. 아무래도 그게 라이브가 아니라서 그런 것이긴 한데 난 마음속으로 박수를 막 치고 싶고 환호성도 지르고 싶었다. 물론 그랬다간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견뎌내야 했을 것이지만... 그래도 그 실황에서 울려퍼지는 관객들의 소리에 하나되어 영화관에서도 소리지르고 박수쳤다면 아무리 녹화 영상이라도 더 생동감 넘치고 즐거운 감상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