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감상/영화 감상

인간성에 대한 의문 <기생수 파트1/2>

셀디 2016. 5. 22. 19:34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없습니다.

 

만화책만으로 충분한 명성을 다진 <기생수>가 2015년에 두개의 파트로 나뉘어진 영화로 나왔다.

기존 만화 원작의 일본 영화들에 상당수 실망을 했던 나에게 어떤 작품으로 다가올지 기대가 되었던 영화였으나 이 작품은 만화책을 보지 않고 영화를 먼저 접하게 되었다. 어찌보면 원작을 보지 않았으니 순수하게 영화만 보고 판단한다는 장점이 있겠다.

연이어 이 2편을 감상하고 느낀 점은 원작을 보지 못했음에도 역시 원작의 발끝에 미치지 못했을 것 같다라는 인상과 함께 그래도 이정도면 기존에 영화화된 다른 작품들 보단 나은 축에 속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재미면에선 오락영화로서 중간 이상은 해줬다는 뜻이고 몇몇 장면에선 오히려 프레임 안에 갇힌 그림으로 보는 게 더 긴장감 있게 다가왔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하게되었다.

 

 

이 영화는 데스노트가 그랬던 것처럼 2편으로 제작되었다.

 

시작과 동시에 이 영화는 주제를 관객들에게 주지시킨다.

얼마나 인간들이 지구에 무익한 존재인지, 그렇기에 인구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이다.

기생수의 의도와 뜻을 같이 하는 악당이라는 점에서 <킹스맨>의 사무엘 잭슨도 떠올랐다.

 

 

기생수들은 인간에 기생하면서부터 그들의 의식조차 잠식시키지만

주인공은 의도치 않게 기생을 팔에 한정시킬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주인공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기생수들은 인간에 기생하면서 천재적인 두뇌를 갖게되지만

문제는 인간의 감정을 갖지는 못한다.

마치 그들은 감정 없는 로봇에 가까운 존재로 그려진다.

 

 

주인공과 기생수의 동거는 흥미롭게 그려지고 있다.

또 한 명의 주인공인 '오른손이'의 모습은 기괴하지만 재밌는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귀엽고 어떻게 보면 혐오스러운 오른손이

 

 

이 작품의 명제는 꽤 단순하다.

인간은 지구에 몹쓸 존재이지만 그들에겐 사랑이 있기에 가치가 있고 존엄성이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 명제를 주인공 모자 관계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 부분이 꽤 찡하게 그려지는데 누구나 자신을 위해 희생해오신 '어머니'를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기생수들은 인간을 먹거리 정도로밖에 여기지 않는다.

 

이 작품은 기생수라는 무자비한 심판자를 통해 인간의 가치에 대해 역설하고자 하지만 표면적으로 적당한 액션과 긴장감 있는 전개로 오락영화로서의 존재감이 크다. 그리고 상당한 고어물이라는 점이 주목할만 하다. 심심치 않게 머리가 잘려나가고 몸둥이가 두동강이 나기도 하며, 신체 훼손 장면이 다수 등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절히 실사화된 만화적 상상력이 돋보여서인지 그렇게 불쾌하게까지 그려지진 않고 있다는 점이 다행이랄까. 몇몇 일본 영화 특유의 조잡한 연출이나 필요 이상으로 질질 끄는 감정선, 개연성이 부족한 씬의 전환 등이 작품을 퇴색시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파트2에 더 실망을 했는데, 클라이막스 부분이 그런 단점을 가장 많이 가진 부분이라 생각된다. 액션이 강해진 파트2이지만 드라마가 약해졌다랄까. 더 큰 축의 드라마를 그리고 있긴 하지만 섬세함이 떨어진다라고 느꼈다. 어머니가 드라마의 큰 축이었던 1편의 드라마가 섬세함의 측면에선 더 마음에 와닿았다.

 

지금 스토리를 다 알게된 상태에서 애니메이션으로 감상을 할지 말아야할지 고민이 된다. 대부분 원작을 먼저 보고 영화를 보곤 했는데 그 반대의 감상이 어떤 감상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