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감상/영화 감상

에로 거장의 영화판 꼬집기 <아티스트 봉만대>

셀디 2016. 5. 31. 16:29

해외에 틴토 브라스가 있다면 우리나라엔 봉만대가 있다!

에로 영화의 거장으로 일반 상업 영화판까지 기웃거리는 독특한 이력의 감독 봉만대.

그 이름만큼이나 개성 넘치는 작품들로 자신만의 색을 뚜렷이 하고 있는 감독이다.

에로 영화를 즐겨보진 않아서 그 판에선 어떤 감독이 유명한지 모르고 그가 에로판에만 있을 때 어떤 작품을 찍은지도 모르겠지만

그의 명성만큼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자신의 이름을 전면에 내건 뻔뻔한 코미디 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아티스트 봉만대>이다.

거기에 아주 대놓고 스스로를 아티스트라 칭하고 있으니 봉감독의 재기 발랄함에 박수를 치고싶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면서 얼마나 그가 재미있는 감독인지 알 수 있었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러하다. 해외 휴양지에서 임필성 감독(이 영화는 모든 배역이 실명 출연)이 공포영화를 찍고 있었다. 그런데 제작자가 보기에 임필성이 야한 장면에서 자신의 예술을 하느라 과감하게 찍지를 못하는 것이 문제였다. 결국 제작자와 임감독은 틀어지고 급기야 촬영 중간에 감독이 교체되는 사단이 난다. 그때 전격 투입된 감독이 바로 에로계의 전설 봉만대이다. 그런데 과감한 에로 장면을 찍으라고 데려온 봉감독도 자신만의 예술을 하기에 바쁘고 여배우들과 썸타는 데에만 집중을 하면서 제작자의 속을 태운다.

 

이 과정이 웬만한 코미디 영화 저리 가라할 정도로 웃기면서 사실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한 편으로 영화판의 이해관계를 민낯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포스터에 나온것처럼 솔직하게 까발리는 영화인 것이다. 영화는 적당히 야하고 적당히 풍자적이며 유쾌하게 흘러간다. 감독과 배우들 사이의 오묘한 분위기라든가 제작자와 줄다리기 등등 영화판의 속 이야기를 궁금해 하는 관객들이라면 재밌게 관람할 여지가 많은 작품이다. 그리고 봉감독은 주인공으로 출연을 하면서 연기를 하는데, 연기를 너무 능숙하게 잘하는 것이 아닌가? 물론 그가 이전에도 다른 작품에 단역이나 특별출연 등으로 배우로 참여한 이력이 있지만 극을 끌어가는 연기를 한 건 아마 처음이지 아닐까 싶다.(에로시절은 모르겠으나) 그럼에도 자신의 이름을 제목으로 내 걸 정도로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이는 어쩌면 연기가 아닌 감독 봉만대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줬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섹시 이미지로 많은 이슈로 몰고 다녔던 곽현화가 여배우로 출연한다.

이 영화는 실제 언론을 통해 알려진 그녀의 이미지를 십분 활용한다.

 

 

이건 아마 영화 스틸컷이 아니라 실제 현장 모니터링 장면일 것이다.

영화속 보다는 꽤 진지한 자세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영화속 영화의 남자 주인공으로 등장한 여현수

여현수는 <번지 점프를 하다> 이후 그를 대표할만한 작품을 찍지 못했는데 이 영화는 그러한 부분도 소재로 삼으며 스스로를 디스하기도 한다.

 

 

봉감독은 심지어 핸드폰으로 영화를 찍는다.

 

엔딩에 이를 때까지 영화의 상황은 쉽게 예상할 수 없게 진행이 된다. 그만큼 영화판 현장 자체가 살얼음판 같다는 것을 풍자하려는 것 같다. 그 안에서 봉감독 스스로의 에로 철학을 넌지시 전달하고 있는 것 또한 재미있게 바라볼 부분이다. 봉감독이 아직 아티스트인지는 모르겠고 에로에 특화된 감독이긴 하지만 그에게 기회만 더 제공된다면 더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이제 그의 다음 작품인 에로틱 스릴러(?) <덫 : 치명적인 유혹>을 관람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