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감상/영화 감상

스타워즈 매니아가 본 <스타워즈 : 로그원>

셀디 2016. 12. 30. 15:37

※ 스토리에 관한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스타워즈는 내 인생에서 가장 큰 한 축을 차지하는 컬처 아이템이다.

물론 나보다 더한 매니아들도 많을 것이지만 나 스스로도 매니아임을 자부한다.

스타워즈를 처음 접한 건 아마 극장이 아닌 유년기 TV에서 본 에피소드4였을 것이다.

그 뒤 스타워즈 관련된 책(설정집 등)도 사다보고 게임도 하고 결국 90년대 재개봉판을 극장에서 감상하기도 했다.

 

사실 스타워즈 프랜차이즈가 디즈니에 인수되었다고 들었을 때 실망감이 컸다.

뭔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란 생각이 들었고 판을 쓸데없이 확장하면서 내용보단 양으로 승부해서 프랜차이즈가 가벼워질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스핀오프인 <로그원> 제작 소식도 썩 달갑지는 않았다. 솔직히 우려가 더 컸다.

그럼에도 내 안에 들끓는 스타워즈 DNA가 어디로 가는 것이 아니니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뚜껑이 열렸다.

 

 

<로그원>은 스타워즈 에피소드4와 에피소드3 사이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3보다는 4와 연관성이 아주 크다.

제국의 궁극의 무기인 데스스타의 설계도를 탈취한다는 것이 이 작품의 주요내용이다.

 

하지만 사실 이 스토리는 이전에 다뤄진 적이 있다.

바로 스타워즈 사가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게임 중 하나인 <다크포스>란 게임에서였다.

거기선 카일 카탄이란 저항군이 주인공이 되어 제국군을 쑥대밭으로 만들며 설계도를 탈취한다.

솔직히 이 게임도 나온지가 20년이 넘은지라 지금은 정확히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쨌든 당시 카일 카탄이란 캐릭터로 후속작이 두 편이나 더 나왔다.

심지어 게임속에서 제다이가 된 루크 스카이워커도 만나볼 수 있는 행운이 있었다.

 

하여튼 이러한 배경이 있었기에 솔직히 영화에서도 카일 카탄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심리가 있었다.

그리고 예고편이 등장했을 때 카일 카탄이 나올 가능성도 있었고 말이다.

특히 디에고 루나가 연기한 카시안 안도르란 캐릭터가 복장이나 외모가 카탄과 비슷한 면이 조금 있었기에 기대를 했다.

그러나 디즈니는 영화외 세계관은 모두 부정하고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해서 스타워즈 영화 세계관에선 지금까지는 있었을지도 모르는 카일 카탄이란 존재가 아예 사라져버렸다.

스타워즈 세계관의 팬이자 게임의 팬으로서는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펠리시티 존스가 연기한 진 어소는 스타워즈가 연이어 여자 주인공을 원톱(남주는 서브급)으로 내세운 인물이다.

다만 캐릭터성이 그리 강하지 않았다.

이 작품의 단점은 많은 주요등장인물에 비해 캐릭터를 구축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로그원>은 한 편의 영화보단 드라마로 탄생됐다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진짜 잘 만들 거 아니면 드라마로의 확장은 반대한다)

 

 

이번 편에는 스타워즈 세계관의 상징과도 같은 제다이가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제다이를 대체하고 있는 유사 제다이 캐릭터가 등장한다.

견자단이 연기한 치루트이다.

앞을 볼 수 없지만 자토이치를 능가하는 절대 고수이다.

생각보다 비중도 높고 견자단의 액션을 볼 수 있다는 것에서 만족스러웠다.

보면 왜 그가 유사 제다이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만약 3편에서 제다이가 몰살 당하지 않았다면 이 인물도 제다이가 되었을지도...

 

 

스톰트루퍼들은 여전히 총알받이용이지만 기존작들 보단 조금이나마 근엄해진 모습이다.

사격술도 조금 더 좋아진 듯하다.

 

 

역시 스타워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우주전투 장면.

엑스윙/와이윙 편대, 스타 디스트로이어, 몬 칼라마리 크루저, 프리깃함, 코렐리언 코배트.

오리지널 스타워즈 트릴로지를 사랑했던 사람이라면 친숙한 것들이 잔뜩 등장한다.

 

이번 우주전투 장면은 전편을 통틀어서 최상위에 꼽고 싶을만큼 만족스러웠다.

 

 

이 글에서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스타워즈 팬들을 위한 장치가 상당히 많이 마련되어 있다. 정말 팬이라면 만족할 수밖에 없는 요소들이 잔뜩 있었다. 그리고 팬이라도 4편을 복습하고 가는 것도 좋을 듯하며 이걸 보고 바로 집에 와서 블루레이든 DVD든 VOD든 4편을 이어서 보는 것도 좋은 감상이 될 것 같다. 솔직히 초중반까지는 조금 부족한 부분도 보이고 지루한 면도 없지않아 있었지만 후반 클라이막스에서 이 모든 걸 해소해주는 작품이라 만족도가 더 없이 높았다.

 

 

우리들의 영원한 '레아 공주' 캐리 피셔를 추모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