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감상/영화 감상

명불허전 로맨티스트 주성치의 병맛 코미디 <미인어>

셀디 2017. 2. 24. 17:15

주성치가 이번에 아주 큰 일을 냈다.

그가 연출을 맡은 코미디 영화 <미인어>가 중국 박스오피스 역대 흥행 1위를 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물론 이건 작년의 일이다. <미인어>는 중국에서만 1억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고 30억위안(6,000억원)을 벌었다고 한다.

역시 중국의 스케일은 어마어마하다. 우리나라도 인구대비 극장관람객이 많아 천만영화 이상이 수두룩해졌지만 중국의 인구에는 당해낼 수가 없다.

이러니 헐리웃이 중국시장을 신경 많이 쓰는 것 또한 이상한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중국 자본으로 영화를 만들거나 중국시장을 목표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역시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야기가 잠시 다른 데로 샜는데 어쨌든 나는 주성치 영화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큰 기쁨을 마주한 것이다. 

특히 요즘같이 각박한 세상에 주성치 영화처럼 순수한 작품들을 본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 행운이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 인어에 관련한 영화의 대표작 하면 <스플래쉬>가 떠올랐다.

물론 아주 오래된 영화라 어린 세대들에겐 생소한 작품일 수도 있다.

아니 그보다는 애니메이션 혹은 동화로 존재하는 <인어공주>가 더 익숙할 것이다.

그런데 난 이제 인어 하면 <미인어>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 같다.

그 정도로 내겐 너무 재밌는 영화였다.



인어로 출연한 임윤은 미인어가 데뷔작인 완전 신인이다.

무려 12만 대 1이라는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발탁이 되었다고 한다. 

임윤을 보면 최근 헐리웃 영화에도 출연하는 안젤라 베이비나 판빙빙처럼 다소 서구적 외모를 가진 이목구비가 뚜렷한 외모라기 보다는

오목조목 하고 아담한 외모를 하고 있는데 인어라 하면 괜히 글래머스러운 배우를 캐스팅 할 수도 있었을텐데 보고 나면 

왜 주성치가 작고 아담해 보이는 임윤을 캐스팅 했는지 알 수 있다.

임윤은 주성치가 제작하고 서극이 감독한 <서유복요편>에도 주연을 맡는 등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임윤의 파트너인 덩차오는 중국 인기 예능 프로그램의 스타라고 한다.

아직 그의 다른 작품은 보지 못했지만 주성치 영화에 안성맞춤이라 생각이 들 정도로 배역을 잘 소화해냈다.

처음엔 김남길 다운그레이드 버전인 줄...



사실 이 영화의 내용전개는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이다.

기존의 주성치 영화가 그러했던 것처럼 인물들의 감정도 너무 쉽게 이랬다 저랬다 하고 행동도 속전속결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게 바로 주성치표의 매력이 아닌가?

그 매력을 수용하고 보면 오히려 그러지 않고 진지해지면 그게 더 어색할 것이다.



이게 누구냐고? 주성치의 전작 <서유기 : 모험의 시작>에서 마지막에 손오공에게 칼을 날리며 맞서 싸우던 창백한 남자를 기억하는가?

그 꽃미남이 이번에는 인어들 사이에 유일한 문어화된 인간으로 나온다.

나지상은 거기서도 코믹연기를 보여주지만 이번에는 잘생긴 얼굴도 버리고 살도 찌운 채 꽤 혐오스러울 수 있는 문어인간으로 등장한다.

그러면서 비중 또한 매우 높아졌는데 특히 코믹의 큰 축을 맡고 있어서 신스틸러로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성치 영화에는 몇가지 주성치스러움이 존재한다.

허당끼 있지만 결정적일 때 멋있는 남자주인공, 자학개그,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주는 여자주인공.

<미인어>에도 주성치표의 모든 것이 존재한다.

거기에 이번 작품엔 더 큰 메시지까지 녹여내었다.

물론 로맨티스트 주성치의 작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남녀의 사랑이지만 말이다.


요즘 백발이 되어버린 주성치... 앞으로 배우로 만나긴 힘든 것일까?

주성치가 감독을 하면서도 그의 페르소나가 되어주는 배우들을 만나볼 수 있지만 역시 주성치는 주성치로 그를 대체할 배우는 없는 듯하다.

앞으로도 그의 연출작과 출연작 모두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 참고로 너무 재밌게 봤던 <서유기 : 모험의 시작> 후속편인 <서유복요편>은 주성치가 연출을 하지 않고 서극 감독이 맡았다.

이미 중국에서는 이 역시 엄청난 흥행신화를 쓰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내겐 너무 아쉬웠던 점이 그 매력있었던 1편의 배우들을 모두 물갈이 해버렸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주성치가 제작하고 서극이 감독했으니 국내에 개봉하면 확인은 해봐야 할 것 같다.


주성치와 서극의 인연은 <미인어>에서도 나타나는데, 영화 초반 서극이 단역으로 출연을 한다.



<미인어>가 아무리 중국에서 대흥행을 기록했어도 국내에선 찬밥 신세다. ㅠㅠ

일단 개봉관 수도 너무 적고 개봉 3일차인데 흥행순위 10위권에 보이지도 않는다.

먼저 중국영화에 대한 관심이 너무 떨어졌고 주성치 또한 국내에선 오랜 팬들에게만 기억되는 존재인 것 같다.


내가 관람한 곳은 고려대학교 안에 있는 KU시네마트랩이라는 다양성영화 전용 극장이었다.

<미인어> 정도면 그래도 상업영화인데 국내에선 이제 다양성 영화 대접을 받게 되었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물론 다양성 영화의 기준이 상업영화를 배제하는 건 아니지만 뭔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어쨌든 가끔씩 KU시네마트랩에서 예술영화나 다큐멘터리 등을 감상하곤 하는데 꽤 괜찮은 극장이다.

위에 사진은 이번 미인어를 보고 받은 에코백과 엽서 3종 세트이다.

생각하지도 않았던 거라 속으로 '득템'이라 외쳤다.



이게 엽서 3종 세트!!!


다음에 KU시네마트랩에 대한 소개글도 올려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