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감상/영화 감상

바다에 비친 달빛과도 같은 여운 <문라이트>

셀디 2017. 3. 11. 22:01

<문라이트>는 개봉 당시부터 영화평론가와 기자들 사이에서 만장일치급의 찬사를 받은 작품이다.

메타스코어가 거의 100점에 육박하는 정도이다.

각종 시상식에서 작품상 및 각종 상을 쓸어가는 건 이미 예상된 바였다.

89회 아카데미는 <라라랜드>와 반반의 확률이라 생각했는데 결국 <문라이트>가 선택을 받았다.

시상 당시에는 역대급 사고로 큰 논란 속에 양쪽 작품 모두에 치명상을 입혔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론 그 잡음으로 인해

<문라이트>는 어쩌면 앞으로 더 기억에 남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처음 이 포스터를 봤을 때부터 자세히 관찰하기 얼마전까지도 난 잘 몰랐다.

이 포스터 하나에 있는 얼굴이 한 인물의 유년기-청소년기-성년기를 연기한 배우들의 얼굴을 합친 것이라는 것을.

그저 디자인적으로 색 분할한 한 배우의 얼굴을 담아놓은 줄만 알았다.

심지어 영화를 보고나서도 저 포스터 얼굴은 어느때 적인 거야 싶었다.

한 얼굴에서 세 배우의 모습이 다 느껴지는 건 당연히 세 모습을 절묘하게 섞어놓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포스터는 이 작품이 표현하는 바를 너무나도 잘 담아내고 있다.

시상식에 최고의 포스터 부문이 있다면 난 주저치 않고 <문라이트>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이 영화는 2시간도 채 되지 않는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한 인물의 어린시절부터 성인이 된 모습까지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농밀하게 그리고 있다.

보통 인물의 성장을 보여주는 영화가 보편적으로 보여주는 모습과는 궤를 달리 한다.

이런 면이 바로 <문라이트>가 가진 최고의 강점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름을 외우기도 따라 읽기도 힘든 메허살레하쉬바즈 엘리는 짧고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렇게 그는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이름은 낯설지만 얼굴은 낯익어 확인해 보니 <헝거게임> 시리즈에서 반정부 세력의 카리스마 있는 인물로 나왔었다.

 

 

<문라이트>는 달빛 아래서는 모두가 푸르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주인공 샤이론의 청소년기 그리고 그의 유일한 친구 케빈

 

 

마지막 문라이트라는 자막과 함께 영화가 끝났을 때 난 별다른 동요를 느끼지 않았다. 아카데미 수상작이라는 것과 너무 많은 찬사 세례속에 기대가 컸던 것이었을까? 작품을 그 자체로 느껴야 하는데 보면서 '왜 좋을까'를 찾아가는 과정이 많았다. 그러해서 영화가 끝났을 때 무언가를 발견하지 못한 실망감에 떨떠름함을 느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감상 한참 후 괜히 이 영화의 장면 장면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마지막 주인공들의 대사와 눈빛들 또한 내 삶의 한 부분과 오버랩되기 시작했다. 그때 생각했다. 내가 미처 알아채지 못한 그 여운을 이제서야 발견했다는 걸 말이다. 여운이 이렇게 길게 가고 있었는데 엉뚱한 생각을 하느라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마치 바다에 비친 달빛에 우리가 푸르게 빛나는 줄도 모르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