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감상/영화 감상

섹시하지 않은 섹스 스릴러 <원초적 본능2>

셀디 2016. 5. 2. 13:02

※ 스포일러가 없습니다.

 

얼마전 <원초적 본능>을 보고 쇠뿔도 단김에 뺄 겸 2편까지 감상하였다.

역시 기대하지 않고 봤음에도 예상대로 내게 어떠한 감명도 주지 못하였다.

샤론 스톤의 주름과 윤기 없어진 머릿결, 탄력을 잃은 몸매만큼 영화도 빛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가히 재난급 영화라 평하고 싶다.

 

 

주인공만 빠져라, 유혹...

 

보통 위대한 명성을 뒤입은 후속작에 전작의 주인공 배우가 돌아오는 것을 마다할 관객은 없을 것이다. 아무리 배우가 늙고 볼품이 없어졌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예를 들어 <인디아나 존스>와 <스타워즈> 시리즈에 해리슨 포드가 돌아온다고 해서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모두가 환호할 일인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다르다. 후속작 자체가 나온 것도 좀 의아하지만(전작이 어느정도 열린 결말이지만 그 자체로 마무리 되었다 본다) 무려 14년만에 샤론 스톤을 불러들여서 제작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질 않는다. 이 영화는 전적으로 주인공 캐서린에 의지하는 작품이다. 주인공이 짊어지는 무게가 8할 정도라 보는 영화이다. 그 엄청난 무기로 다소 느슨할 수도 있는 스릴러적 요소를 커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샤론 스톤이 있었다. 여기까지 보면 샤론 스톤이 돌아온 2편이 제작되는 것을 환호해야 마땅하겠지만 이 영화는 완전히 다른 예인 것이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주인공 캐서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그 인물의 포인트는 관능미인 것이다. 그 관능미만으로 전작을 휘어잡았던 샤론 스톤이다. 그러나 이 영화를 찍을 당시 샤론 스톤은 이미 나이가 불혹을 넘어 지천명에 가까웠던 것이다. 그런 배우에게 전작과 똑같은 관능미를 기대하기란 애초에 힘든 것이 아닌가?

 

 

샤론 스톤은 이 영화를 위해 나름 준비를 많이 했을 것이다.

운동을 해서 몸매를 가꾸고, 피부 관리도 잘 받고, 영화 찍는 내내 메이크업과 촬영 기술의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 관능미에 상당 부분 의존했던 영화가 2편에서도 마찬가지의 길을 걷게 되면서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1편을 봤던 사람이라면 자꾸 1편의 샤론 스톤이 오버랩 되면서 몰입에 방해가 될 것이다. (나의 샤론 스톤은 이렇지 않아) 그런데 2편에서도 모두 뭐라도 홀린 듯이 그녀에게 빠져들고 조종당하고 만다. 1편 만큼 뇌쇄적이지 않은데 왜 저렇게 바보처럼 휘둘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편에는 정말 앞에 있으면 진짜 그녀의 아우라에 안 넘어가면 남자도 아니라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그런 느낌이 별로 들지 않았다.

 

 

2편에서 그녀의 사냥감은 정신과 의사이다.

 

그래도 나름 그 한계를 벗어나려는 시도는 있었다. 제작진은 상대 배역으로 정신과 의사를 설정함으로써 나름 고도의 심리전을 펼치고자 했던 것 같다. 그것이 1편과 비교해서 심리 스릴러로서는 한 발작 나간 것처럼도 보이는 점이다. 그리고 그걸 여러 등장인물 간의 첨예한 대립으로 게임처럼 풀어나가려는 의도 또한 보였다. 그러나 그 게임이 엉성하고 금방 무너질 듯한 탑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물론 이것도 관능미가 많이 하락된 캐서린이란 캐릭터의 한계 때문이라 생각된다.

 

 

1편의 대표장면인 다리 꼬기 격으로 밀었던 장면인데 감흥이 전혀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래도 관람객들 사이에서는 결말 때문에 여러 이야기가 오가는 듯하다. 이번에는 확실히 열린 결말을 제시해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것 또한 짜임새 있지는 않다. 구성, 연출, 편집 모든 면에서 억지로 끼워맞춘 듯한 느낌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자면 개연성이 많이 부족했다. 스릴러에서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건 얼마나 큰 구멍인 줄은 모두 잘 알것이라 생각한다. 결국 <원초적 본능>의 샤론 스톤의 재림을 노리고 심리 스릴러를 만들었지만 재림은 커녕 원작에 대한 훼손으로 결말을 맞이한 것 같아 안타까움이 남는다. 샤론 스톤은 결국 이 영화로 골든라즈베리 시상식에서 최악의 여우주연상도 수상하고 말았다. 그것 뿐만 아니다. 최악의 작품상, 각본상, 속편상 등 주요부문을 모두 휩쓸었다.(실제 7개 부문 노미네이트)

 

개인적으로 차라리 같은 컨셉의 전혀 다른 등장인물로 2편을 제작해서 제2의 샤론 스톤을 탄생시키는 게 낫지 않았나 싶다. 솔직히 굳이 1편과의 연관성을 둘 필요는 없었다고 본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1편의 샤론 스톤을 뛰어넘는 건 희박하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1편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절대 추천하고 싶지 않은 2편이다. 그 1편의 좋은 기억을 좋은 추억으로만 아름답게(?) 간직하는 게 100배 낫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