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감상/영화 감상

로드리게즈 사단의 <씬시티 : 다크히어로의 부활>

셀디 2016. 5. 7. 20:44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만능 제작자 로버트 로드리게즈 하면 단짝 작가이자 감독 프랭크 밀러가 떠오르고, 또 여러 작품을 함께 했던 '마셰티' 대니 트레조가 떠오른다.

로드리게즈는 마치 독립영화에나 있을 법한 홍반장급 활약을 펼치는데, 그가 맡은 분야는 제작, 연출, 각본, 촬영, 음악, 편집 등이다.(도대체 못하는 게 뭐야?)

물론 다른 스텝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북치고 장구치고 나팔불고 혼자 다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들을 보면 그만의 색이 잘 드러나며 손때가 묻지 않은 나름 순수한 작품이 나온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경우 감독의 자의식이 강하게 드러나는 작품이 나올 수도 있는데 그의 작품을 그의 자의식 투영으로 해석하면 안될 것 같을 정도로 괴팍하고도 막 나가는 작품들이 주로 제작이 되었다.

 

 

<씬시티 : 다크히어로의 부활>은 씬시티의 두번째 시리즈물이다.

프랭크 밀러 원작에 로드리게즈와 밀러는 공동연출을 하였다.

전작과도 같은 강한 콘트라스트의 흑백에 특정 원색만 강렬하게 강조하는 비주얼 스타일은 그대로이다.

출연진도 전편에서 거의 이어지고 있는데, 아쉽게도 드와이트 역의 클라이브 오웬이 하차하고 해당 역에 조쉬 브롤린이 참여하게 됐다.

전작에서 사망한 하티건 형사 역에 브루스 윌리스도 이번 작품에 출연하는데 그 비중은 높지 않다.

마치 미국 코믹북을 연상시키는 독백 대사들과 색채, 연출 등으로 이목을 끄는 건 이번 작품에서도 변함이 없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각기 다른 상황에 놓인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교차적인 옴니버스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포스터에서도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고, 이번에 새롭게 합류한 조셉 고든 래빗의 이야기가 개인적으론 가장 매력적이었다.

그는 도박의 황제로 나오는데 결코 지는 법이 없다.

슬롯 머신도 그가 했다 하면 무조건 잭팟이 터지는 마이더스의 손을 가졌다.

그런 그가 시장 로어크를 상대로 돈을 쓸어담으면서 문제가 생긴다.

 

 

미키 루크가 연기한 마브는 이번에도 마초적인 먼치킨 캐릭터를 선보였다.

 

 

도박의 신 조니 역을 연기한 조셉 고든 래빗은 시리즈의 새로운 얼굴이다.

그러나...

 

 

드와이트 맥카시 역의 조쉬 브롤린이다.

전작의 클라이브 오웬은 하차하였다.

 

 

여전히 댄서로 활약 중인 제시카 알바

 

 

이번 작품은 모두 복수에 관한 이야기이다. 각자 나름의 사연을 가지고 잔혹한 복수극을 준비한다.

때론 그 복수가 화끈하게 끝나기도 하지만 허무하게 실패해서 관객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조셉 고든 래빗의 죽음이다.

어떤 완벽한 복수를 이끌어낼 것같은 그의 자신감에 근거하여 관객들은 기대를 하지만 감독은 '이럴 줄 몰랐지?'라며 뒷통수를 치는 식이다.

사실 이게 로드리게즈식 이야기 전개이기도 하다.

마셰티 시리즈에서도 허를 찌르는 내용 전개를 곧잘 보여주곤 했으니 말이다.

마누트와 마브의 대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관객들은 앞서 구축된 마누트의 괴인같은 이미지에 마브도 고전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마누트와 마브의 대결은 마브의 싱거운 승리로 끝나고 만다. 원래 마브가 고전하다가 역전승 해야 하는 게 전형적인 이야기인데 말이다.

로드리게즈는 이런식으로 살짝 비틀고 허를 찌르는 전개를 이어나가는 고약한(?) 취미가 있는 듯하다.

물론 이런 것도 모두 그가 모든 제작에 참여하고 있어서 가능한 것 같기도 하다.

 

 

마누트는 압도적인 괴력을 가진 사내로 등장하나 꽤 허무한 캐릭터이다.

 

그리고 이 영화의 악역은 크게 로어크와 에바로 볼 수 있는데, 둘 다 매력적인 악역임에는 틀림이 없다.

로어크는 부패의 상징격인 인물이면서도 굉장한 카리스마를 가졌고, 에바는 팜므파탈의 끝판왕 격인 인물이다.

다만 에바를 연기한 에바 그린은 너무 이런 이미지에 자주 캐스팅 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퇴폐적이고 정신분열적인 인물 하면 항상 에바 그린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녀는 출연하는 대부분의 작품에서 전라 연기를 선보인다.

이쯤이면 제작사에서 에바 그린을 타겟 캐스팅 한다고 봐도 될것 같다.

거침없이 벗어줄 것이고 팜므파탈에는 제격이야 하면서 말이다.

개인적으로 그의 육감적인 몸매와 뇌쇄적인 눈빛을 좋아하긴 하지만 너무 이런쪽으로 소비되고 굳어지는 것 같아 이제 좀 식상하다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그녀이기 때문에 이 인물이 더 빛이 났던 건 부정할 수 없는 바이다.

 

 

팜므파탈 = 에바 그린

 

 

전작에 비교해서 이야기라든가 신선도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는 아쉬운 후속편이긴 하나 프랭크 밀러와 로드리게즈 조합의 하드보일드 스타일리쉬 느와르 영화로서는 역시 독보적임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레이디 가가도 이제 로드리게즈 사단으로 봐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