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감상/영화 감상

내 마음도 냉정과 열정 사이 <냉정과 열정 사이>

셀디 2016. 5. 4. 18:24

※ 스포일러가 없습니다.

 

요즘 재개봉 붐에 힘입어 일본의 명작 로맨스물로 손꼽히는 <냉정과 열정 사이>가 재개봉을 하였다.

재개봉을 기념해서인지 포스터도 확 바뀌었다.

난 이 영화를 두번 보았는데, 이상하게 구체적인 내용이 기억나질 않는다.(단편적인 기억들만 있을 뿐)

한 번은 사랑에 대해 멋모르던 시절에 보았고, 두번째는 이탈리아 피렌체를 다녀온 뒤 그 기분을 다시 느껴보고자 봤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확실히 사랑에 대한 경험도 더 많아진 두번째 감상 때가 더 와닿았는데 이상하게 내용은 남지 않는 영화다...

그러나 피렌체의 모습, 특히 두오모 등 이탈리아의 예술 도시 이미지는 선연하게 기억이 남았다. 이 영화 덕에 이탈리아 피렌체는 순식간에 엄청난 낭만의 도시가 되었고, 아시아인들의 단골 유럽 여행지가 되었다. 두오모 위를 올라가면 마치 준세이나 아이오가 있을 것만 같아서일까? 그 힘든 곳도 모두 한번씩은 올라가봐야 하는 필수 코스가 되었다.



바뀐 포스터는 이런 묘한 필터를 적용하였다.

역시 피렌체가 한 눈에 보이는 것을 강조하였다.



새로운 포스터는 이 장면의 인물을 따서 합성시킨 듯하다.



준세이 역을 맡은 다케노우치 유타카



아오이역에 진혜림



둘 사이의 로맨스도 가슴 아프면서도 따뜻했고 화면의 따스한 느낌도 당시 일본 영화의 감수성을 잘 드러냈다.


이 영화 하면 이상하게 두 주인공 보다 기억나는 건 그 주인공들 곁에 조건 없이 머물러 주는 다른 남자와 여자였다.

아오이가 만나고 있는 남자는 상당한 재력가에 자상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끝내 아오이가 그의 곁을 떠나기로 결심했을 때도 겉으로 큰 감정의 내색 없이 그녀를 놓아주었는데, 그의 그런 모습은 모든 남자들이 이별을 받아들일 때 귀감으로 삼으면 좋을 정도로 멋지게 그려졌다.

또한 준세이 곁에 머물던 여자는 준세이를 거의 짝사랑 수준으로 좋아하면서 자신의 몸도 마음도 아낌 없이 줄 정도의 여자로 그려진다. 준세이는 아무 생각이 없는데도 그러는 걸 보면 많이 안타깝게 느껴질 정도였다.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고 또 이별을 경험해야 할 때 냉정으로 임해야 할지 열정으로 임해야 할지 고민이 될 때가 많다. 어쩌면 누군가의 만남도 상대방 보다는 자신의 내면과 갈등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