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감상/영화 감상

하드코어한 1인칭 액션 활극 <하드코어 헨리>, FPS게임을 영화로

셀디 2016. 5. 31. 16:59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없습니다.

 

이 영화가 나오기 한참 전에 화제가 되었던 유튜브 비디오가 한 편 있었다.

러시아에서 뮤직비디오로 제작된 영상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1인칭 시점으로 잘 짜여진 액션물이었다.

그 작품을 먼저 감상해보자.

 

 

이 작품을 보고 정말 놀랐다. 역시 덕 중에 덕은 양덕이란 생각과 함께...

그리고 시간이 흘러 한 번 더 놀랐다.

이 뮤직비디오를 찍은 감독 일리야 나이슐러가 똑같은 기법으로 상업 장편영화를 만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바로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하드코어 헨리>이다.

 

이 작품은 굉장히 실험적이다. 지금까지 1인칭 시점을 보여준 영화는 많다.

심지어 처음부터 끝까지 1인칭으로 보여준 영화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보통 그런 영화는 주인공의 눈과 카메라가 동일시 되었던 것은 아니었다.

정확히는 주인공의 손에 들린 캠코더의 시점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의 눈이 곧 시점이자 관객의 시점이 되는 것이다.

이는 1인칭 슈팅게임(FPS)과 닮은 점이 많다.

거기에 장르가 액션이니 총질, 칼질, 주먹질, 파쿠르 등등 1인칭 게임에서 만날 수 있는 모든 장면을 영화화 했다고 보면 된다.

몇몇 장면에선 싱글 스토리가 있는 FPS 게임들의 클리셰이기도 했다.

 

 

영화의 정체성을 한 눈에 보여주는 포스터다.

 

 

여주인공 헤릴리 베넷은 정말 예쁘다.

 

 

1인칭 액션에서 주는 현장감과 사실감은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이다.

 

 

FPS게임 팬들이라면 정말 좋아할 장면

 

 

사실상 이 영화에서 연기를 하는 배우는 몇 안된다.

주인공은 바로 관객의 시점이자, 촬영감독이기 때문에 딱히 연기라 할만한 부분은 없다.

영화 내내 촬영감독의 고난이도 액션을 보게 될 뿐이다.

그에 반해 연기를 하는 실질적인 주인공은 바로 샬토 코플리이다.

그것도 1인 수십역을 하는데 아마 영화 역사상 다역을 소화한 것으로 최상위에 들지 않을까 싶다.

 

 

촬영 현장이다. 이렇게 촬영 감독의 머리에는 촬영 기어들이 달려있다.

카메라는 2대의 액션캠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액션캠의 발달로 이런 상업영화까지 제작이 가능해졌다.

 

개인적으로 처음 뮤직비디오를 봤을 때만큼의 임팩트는 느끼지 못했다. 편집점이 너무 뚜렷했으며 카메라는 더 과도하게 흔들린 탓에 액션의 정교함이 다소 무뎌진 듯한 인상도 받았다. 스케일은 커졌으나 기교의 순수함이 줄어들었다랄까? 내용적인 측면에선 그닥 할 말이 없는 영화이고 그런 것에 포인트를 둘 영화도 아니니 넘어가도록 하겠다. 그리고 보는 이에 따라 멀미같은 울렁증을 체험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리고 상상 이상으로 고어한 장면이 많이 있으며 일부 선정적인 장면도 등장하는 완전한 성인물임을 알고 보는 것도 나중에 탈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기대에 비해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그 시도에 있어 높은 점수를 줄 작품임은 틀림없다. 특히 요즘 3D를 넘어서 VR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데 그러한 VR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과도기적인 느낌이 나는 영화이기도 하다. 장편은 몰라도 이와 유사한 단편 콘텐츠들은 당분간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